퇴직연금의 상품형태를 놓고 관계부처인 재정경제원과 노동부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퇴직금제도 관련법의 연내개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9일 재정경제원과 노동부에 따르면 두 부처는 당초 퇴직연금의
상품형태를 "퇴직연금보험 또는 퇴직신탁"으로 합의했으나 최근
재경원측이 "퇴직신탁"이 아닌 "퇴직일시금신탁"으로 제한하자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달 퇴직금제도 개선내용등을 포함한 근로기준법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후 관계부처협의를 끝낸 노동부는 지난 16일 차관회의에
개정법률안을 상정하지도 못한채 또다시 재경원측과 재협상을 벌여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퇴직연금을 일시금신탁으로 하자는 재경원측의 주장이 워낙
완강해 오는 23일 열리는 차관회의에 법개정안을 상정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근로기준법 관장부처인 노동부는 대통령선거 때문에 국회일정이 단축
된데다 비자금파문으로 법안심의에 차질이 날수 있어 이번 차관회의에도
상정하지 못하면 근로기준법 연내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퇴직금 조항이 연말까지 개정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나
회사측과 퇴직금 지급을 둘러싸고 다투고 있는 퇴직근로자들이 3백억원가량
의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돼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과 노동부는 지난 8일 회의에서 퇴직연금 상품형태에 관한
조문을 "퇴직신탁"으로 하되 "퇴직신탁은 일시금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개정법률안의 주요골자 속에 반영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재경원은 뒤늦게 "퇴직신탁"을 "일시금"으로 제한하지 않았다며
개정법률안의 차관회의 상정을 저지했다.

지난 8월 근로기준법의 퇴직금 최우선변제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연말까지 관련조항을 개정하지 않으면 이 조항은
자동 효력을 잃게된다.

< 김광현.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