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협력업체에 대한 할인어음의 환매청구문제가 금융권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기아그룹이 화의를 신청하고 부도유예협약이 종료되면서 은행들이 협력업체
에 할인해준 어음의 환매청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월 시화공단등에 소재한 시중은행 일부 지점들은 이미 환매청구를
해둔 곳도 있어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환매청구란 어음할인액을 은행에 다시 돌려달라는 요구로서 재산보전처분에
따라 기아그룹이 발행한 진성어음이 무용지물이 된데 따른 것이다.

환매청구가 몰리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기아협력업체들은 돈을 대지 못해
무더기 도산위기로 내몰리기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소기업은행 등 일부국책은행이 기아 할인어음에
대해 환매청구 대신 일반대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는 점
정도다.

기아그룹의 부도유예기간중 협력업체들이 은행들로부터 할인받은 어음은
4천억원이상에 달한다.

만약 은행들이 일제히 환매청구에 나설 경우 가뜩이나 자금사정이 어려운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은 말할 것도 없고 기아자동차등의 완성차제작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로서는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말릴만한 마땅한 근거가
없다.

현행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 제7조및 8조에 따르면 할인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화의나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은행은 할인을 받은 업체에 대해
환매를 요구할수 있게 돼있다.

정부는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을 우려하고 있지만 은행들도 대규모 부실여신
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일방적으로 협력업체의 편의를 봐줄주는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이에따라 각 지점들을 중심으로 우선 자금사정이 괜찮은 협력
업체들을 대상으로 환매를 청구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재산가압류등 채권
보전행사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협력업체들이 밀집한 안양 시화공단등에 소재한 일부은행 지점들은 부도
유예기간중에도 음성적으로 환매청구를 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에 4백17억원의 특례보증을 서준 신용보증기금도 대위변제가
끝나는대로 해당업체에 대한 채권행사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반해 협력업체에 가장 많이 어음을 할인해준 중소기업은행
(1천1백30억원)은 재정경제원과의 교감아래 환매청구를 않기로해 다른
은행들과 구별된다.

기업은행은 최근 김승경행장 지시로 할인어음을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
일반대출로 전환해 주라는 지침을 각 지점에 시달했다.

한편 은행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만약 은행들의 환매청구조치가
가시화되고 협력업체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될 경우에는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며 "필요하다면 은감원도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