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장기화와 대기업 부도사태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짐작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올해 중소제조업의 생산이 17년래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은 중소기업의 비명이 결코 엄살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중소기업은행이 조사한 중소제조업의 생산동향을 보면 지난 상반기중
생산액은 전년동기대비 3.0%가 줄어들어 지난 80년의 8.6%감소 이후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중소기업의 생산은 과거 80년과 93년 불황때를 제외하고는 매년 증가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올해의 급격한 생산감소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

중.경공업 가릴것 없는 이같은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우리는 한가지
희망적인 현상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것은 영상 음향 통신장비업의 생산은 6.3%가 증가하고, 사무 회계용
기계제조업도 5.4%가 늘어나 기술집약적 첨단산업만은 불황속에서도
호황을 누렸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우리 중소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해도 좋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서울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중소기업기술
박람회장이 기술을 이전받으려는 중소기업인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는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향한 열성을
보는 것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이는 중소기업도 이젠 기술로 승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수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기 시작한 증거라고 할수 있다.

불황의 장기화가 우리 기업인들에게 가져다준 값비싼 교훈이라면 "믿을
것은 기술뿐"이라는 확신이다.

지난 상반기중 상장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8%나 늘어났다는 증권거래소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따지고보면 그동안 기술개발을 게을리해
온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들고 오래 걸리는 개발보다 그때 그때 돈을 주고 사다 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기업인들의 의식속에 깊숙이 자리해온게 사실이다.

우리의 기술무역(96년)이 수출 1억8백50만달러,수입 22억9천7백20만달러로
엄밀하게 따져 기술식민지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기술
경시 풍조 때문이다.

이렇듯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번 기술박람회에서 보듯 중소기업의
기술마인드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같은 기술개발 열기를 살려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첨단화및
구조조정으로 연결시키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산업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는 뭐니뭐니 해도 중소기업의 기술력제고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서도 중소기업의
생산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진지한 원인분석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백마디의 말보다 기술개발 한가지 분야에서라도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