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독일의 디자인 혁명..노장우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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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우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 원장>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제20차 세계 디자인총회.
피터 잭이라고 하는 독일 대표는 총회 직전에 열리는 포럼에는 얼굴을
보이지 않다가 총회 당일에야 나타났다.
그는 우리 한국에 이어 2003년 총회를 독일에서 개최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뒤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총회 일정을 알고서도 늦은 이유는 독일 정부와의 중요한 회의 때문인데,
그 회의에서 독일은 앞으로 수년내에 독일에서 생산되는 전 제품에
"Made in Germany"라는 표기대신 "Germany Design" 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세계 경제에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경제의 디자인혁명 소식을
전해듣는 순간이었다.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과거의 대량생산 시대에는 생산성과
생산기술이 가장 중요시되었고,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을 선택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어느나라가 만든 제품인가"였다.
사람들은 자동차 하면 미제,전자제품 하면 일제,금속제품하면 독일제라고
손꼽았다.
기업도 자국 상품에 "Made in U.S.A", "Made in Japan", "Made in Germany"
라고 자랑스럽게 표기했다.
나라 이름이 상품의 이미지를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기업의 생산 판매와 투자가 다국적화한지는 이미 오래다.
기업들은 생산기술이 보편화되고 생산성경쟁이 한계에 부딪치자
기업환경의 장점을 찾아 인건비 등 생산 코스트를 줄일수 있는 곳이나
마케팅 전략상 유리한 곳이면 어디든 국경을 넘나들며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급속히 뻗어나갔다.
소니를 싱가포르에서도 생산하고, 필립스를 말레이시아에서도 생산한다.
소비자들도 브랜드와 생산지가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동안 독일은 완벽하고 강인한 "독일병정"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심어왔다.
"Made in Germany"는 곧 "튼튼하고 완벽하며 흠이 없는 제품"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글로벌화한 기업현장에서는 이제 맞지 않는 말이 되었다.
어느 공장에서 생산했느냐 보다는 원천적으로 누가 디자인한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몇년 안에 모든 독일 상품에서 "Made in Germany"대신
"Germany Design"이라는 선명한 글씨를 보게 될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었건 디자인만은 독일의 것임을 강조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독일은 21세기 미래 경제전쟁의 승부수로 디자인을 선택했다.
앞서가는 나라답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요소가 무엇인지 일찍부터
간파한 것이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선진국간의 디자인경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인류문화의 발전이 디자인경쟁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이 견고한 디자인을 자랑한다면 영국은 실용적이고,프랑스가
화려하다면 이탈리아는 한발 앞서서 유행을 이끌어간다.
일본은 경박단소의 디자인을 일관되게 추구해왔다.
각국의 디자인은 모두 개성이 있으면서도 근원적으로는 인류의 행복과
문화의 한 영역을 담당하면서 그 기능을 확장해왔다.
자연과 환경을 파괴한는 물질본위의 흐름속에서 디자인은 보다 나은
문화창조와 인류를 보호하는 휴머니즘으로 회귀하고 있다.
문명과 자연 사이에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제규모가 선진권에 진입했다고는 하나 디자인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디자인이 제품경쟁력에 미치는 비중과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비해
우리 디자인의 발전속도는 너무 느리다.
그동안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생산기반 확충과 기술개발을 통한 매출신장
및 수출증대에 주력해왔으며 디자인은 생산요소에 들어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수출이 생산기술을 축적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우리 디자인의 얼굴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디자인에 대한 인식부족과 의욕부족이라는 결과만 낳고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체 디자인 개발비율은 40% 미만인데 이를 80% 이상으로
배가해야 한다.
대기업은 물론 중기업도 디자인으로 경제난국을 극복해야 한다.
디자인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전략일 뿐만아니라 향후 "Korean
Design" 이 동서양에 파문을 일으키며 지구촌 방방곡곡에 쇄도할 때 우리의
경제와 문화도 그 위세를 세계에 떨치게 될 것이다.
우리는 2001년 세계 디자인총회를 서울로 유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성공하였다.
2000년 ASEM과 2002년 월드컵대회 사이에 열리는 세계 디자인총회는
문화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절호의 계기가 될 것이다.
유치한 국제행사인만큼 세계적이고 범국민적인 디자인진흥행사로 치르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산업디자인 개발과 투자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다행히도 요즘 우리나라에 새로운 에너지가 발생하고 있다.
창의력이 넘치는 젊은 인재들이 미래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밀려오고
있다.
이들이 21세기 우리나라 디자인을 이끌 주역이며 세계 디자인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중견기업 소기업 할것 없이 모두 디자인 선진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이제 디자인 경영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제20차 세계 디자인총회.
피터 잭이라고 하는 독일 대표는 총회 직전에 열리는 포럼에는 얼굴을
보이지 않다가 총회 당일에야 나타났다.
그는 우리 한국에 이어 2003년 총회를 독일에서 개최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뒤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총회 일정을 알고서도 늦은 이유는 독일 정부와의 중요한 회의 때문인데,
그 회의에서 독일은 앞으로 수년내에 독일에서 생산되는 전 제품에
"Made in Germany"라는 표기대신 "Germany Design" 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세계 경제에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경제의 디자인혁명 소식을
전해듣는 순간이었다.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과거의 대량생산 시대에는 생산성과
생산기술이 가장 중요시되었고,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을 선택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어느나라가 만든 제품인가"였다.
사람들은 자동차 하면 미제,전자제품 하면 일제,금속제품하면 독일제라고
손꼽았다.
기업도 자국 상품에 "Made in U.S.A", "Made in Japan", "Made in Germany"
라고 자랑스럽게 표기했다.
나라 이름이 상품의 이미지를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기업의 생산 판매와 투자가 다국적화한지는 이미 오래다.
기업들은 생산기술이 보편화되고 생산성경쟁이 한계에 부딪치자
기업환경의 장점을 찾아 인건비 등 생산 코스트를 줄일수 있는 곳이나
마케팅 전략상 유리한 곳이면 어디든 국경을 넘나들며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급속히 뻗어나갔다.
소니를 싱가포르에서도 생산하고, 필립스를 말레이시아에서도 생산한다.
소비자들도 브랜드와 생산지가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동안 독일은 완벽하고 강인한 "독일병정"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심어왔다.
"Made in Germany"는 곧 "튼튼하고 완벽하며 흠이 없는 제품"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글로벌화한 기업현장에서는 이제 맞지 않는 말이 되었다.
어느 공장에서 생산했느냐 보다는 원천적으로 누가 디자인한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몇년 안에 모든 독일 상품에서 "Made in Germany"대신
"Germany Design"이라는 선명한 글씨를 보게 될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었건 디자인만은 독일의 것임을 강조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독일은 21세기 미래 경제전쟁의 승부수로 디자인을 선택했다.
앞서가는 나라답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요소가 무엇인지 일찍부터
간파한 것이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선진국간의 디자인경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인류문화의 발전이 디자인경쟁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이 견고한 디자인을 자랑한다면 영국은 실용적이고,프랑스가
화려하다면 이탈리아는 한발 앞서서 유행을 이끌어간다.
일본은 경박단소의 디자인을 일관되게 추구해왔다.
각국의 디자인은 모두 개성이 있으면서도 근원적으로는 인류의 행복과
문화의 한 영역을 담당하면서 그 기능을 확장해왔다.
자연과 환경을 파괴한는 물질본위의 흐름속에서 디자인은 보다 나은
문화창조와 인류를 보호하는 휴머니즘으로 회귀하고 있다.
문명과 자연 사이에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제규모가 선진권에 진입했다고는 하나 디자인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디자인이 제품경쟁력에 미치는 비중과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비해
우리 디자인의 발전속도는 너무 느리다.
그동안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생산기반 확충과 기술개발을 통한 매출신장
및 수출증대에 주력해왔으며 디자인은 생산요소에 들어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수출이 생산기술을 축적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우리 디자인의 얼굴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디자인에 대한 인식부족과 의욕부족이라는 결과만 낳고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체 디자인 개발비율은 40% 미만인데 이를 80% 이상으로
배가해야 한다.
대기업은 물론 중기업도 디자인으로 경제난국을 극복해야 한다.
디자인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전략일 뿐만아니라 향후 "Korean
Design" 이 동서양에 파문을 일으키며 지구촌 방방곡곡에 쇄도할 때 우리의
경제와 문화도 그 위세를 세계에 떨치게 될 것이다.
우리는 2001년 세계 디자인총회를 서울로 유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성공하였다.
2000년 ASEM과 2002년 월드컵대회 사이에 열리는 세계 디자인총회는
문화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절호의 계기가 될 것이다.
유치한 국제행사인만큼 세계적이고 범국민적인 디자인진흥행사로 치르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산업디자인 개발과 투자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다행히도 요즘 우리나라에 새로운 에너지가 발생하고 있다.
창의력이 넘치는 젊은 인재들이 미래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밀려오고
있다.
이들이 21세기 우리나라 디자인을 이끌 주역이며 세계 디자인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중견기업 소기업 할것 없이 모두 디자인 선진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이제 디자인 경영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