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반에 협력업체 소수정예화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하도급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수를 대폭 줄이는 대신 이들을
대형화 전문화하여 기술 경영관리 전문인력등 각종 지원을 집중시키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중공업 건설 의류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같은 움직임은 사업 구조조정의 차원에서 방만한 협력업체 관리에
따른 로스를 줄이겠다는 인식이 대기업들 사이에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
이다

또 핵심 협력업체를 계열사와 동등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계열화 작업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업계는 기아그룹의 부도유예를 계기로 협력업체 정예화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부품업체들이 지나치게 영세하고 자체 기술력도
떨어져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저하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1차 협력업체수를 지난해 4백여개에서 올해 3백50여개
로 줄였다.

장기적으로는 2백여개선으로 줄일 계획이다.

대우자동차는 지난해 2백개가 넘던 협력업체수를 1백99개로 줄였으며
앞으로 1백50개이하로 축소한다는 기본방침을 세웠다.

이들 업체는 대신 부품공용화와 유사부품 업체들간 통합등을 추진, 협력
업체를 대형화 전문화하고 지원폭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중공업체 가운데서는 대우중공업이 협력업체 소수정예화 방안을 마련,
올초부터 작업추진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종합기계부문의 관리대상 협력업체수를 올해 3백개로 지난해보다
20여개 줄였으며 2000년대에는 2백개선으로까지 줄일 계획이다.

부품의 중요도,매출규모 등에 따라 협력업체를 3단계로 분류하고 1~2단계에
포함되는 부품업체에는 시설자금등을 대폭 지원할 방침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도 부품업체들에 문호는 개방하되 거래를 정예화해 2천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수를 장기적으로 소수정예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잇단 부실시공으로 여론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는 건설의 경우는 정예화된
협력업체를 계열화하는 작업이 더욱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특히 올해 건설시장개방과 함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우수
하도급업체 확보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95년초 1천개에 달하던 협력업체수를 올해 7백50개로
줄이고 1백41개 업체를 우수협력업체로 선정, 집중관리에 들어갔다.

특히 삼성물산은 6백여개의 협력업체중 우수협력업체 1백50여개를 중심으로
PQ제를 통해 계열화하고 특화업종은 정예화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의류업계에서는 LG패션이 최근 협력업체 선정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협력
업체 구조조정 물꼬를 트고 있다.

이 회사는 <>전문 아이템 취급업체 <>품질 납기 가격면에서 신뢰받는 업체
<>부자재를 자체 생산, 판매하는 업체등으로 협력업체를 제한키로 했다.

LG패션은 이에따라 1백70개에 달하던 부자재업체를 70여개로 줄였다고
밝혔다.

코오롱상사도 내수 협력업체수가 7백여개로 수적으로 너무 많아 가격경쟁력
과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협력업체를 대폭 정리할 계획이다.

코오롱은 이를위해 새로운 협력업체 선정기준을 마련중이며 빠르면 올해안
에 협력업체 정예화작업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이같은 협력업체들의 구조조정은 실질적인 상품경쟁력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국내 산업전반의 구조조정 작업과 함께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대우 건설부문, 우성건설등은 단순한 저가입찰제
대신 "협력업체 PQ(입찰자격사전심사)제"를 도입, 협력업체 소수정예화작업을
추진중이다.

<김철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