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금리가 20일 오랜만에 내림세를 보인 것은 반가운 일이다.

종금사에 대한 외화자금 5억달러지원, 통안증권 중도환매를 통한
1조6천억원방출 등 한국은행이 취한 일련의 조치에 힘입은 결과라고
풀이할수 있다.

우리는 현상황에서 가장 긴요한 것이 정부와 중앙은행의 관리능력이라고
본다.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종금사지원에 나선데 이어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지원조치도 마련하겠다고 분명히 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평가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종금사의 외화결제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그 파장이
어떠할지는 쉽게 짐작할수 있다.

"한국계 금융기관의 도산"으로 받아들여져 시중은행은 물론 국책은행들도
외화자금조달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는등 일파만파의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현재의 국내 금융시장상황이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들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확신하지만, 시장관계자의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등 매우 심각한 상황이란 점도 결코 부인할수 없다.

통화당국, 곧 한국은행과 재경원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통화공급도 상황을 감안, 좀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환율안정을 위해 한은 보유고를 활용, 적극적인 외환시장개입에 나설
시점이라고 믿는다.

가장 어렵고 미묘한 현안은 종금사 문제다.

단자회사에서 종금사로 탈바꿈한 이른바 전환 종금사중 상당수가
파탄직전이라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은 지원으로 가까스로 외화결제를 막기는 했지만 동업계 내에서의
콜자금융통도 어려워져 그날그날 교환을 막기도 힘겨운 형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화자금 차입여건악화,대기업그룹 도산및 부도유예조치에 따른 거액
부실대출발생, 기업어음(CP)매출부진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들 전환 종금사의 외화자금 차입선인 일본계 은행들의 대출상환요구가
집중돼 있는 9,10월에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기도 하다.

이는 한율 금리에도 곧 바로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추석을 앞둔 금융시장상황에 걱정을 더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나 통화당국이 대책을 마련하기도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은행과는 또다른 위치이고 그동안의 행태로 보더라도 과연 공공성을
생각하는 금융기관인지 조차 의심스럽던 존재들, 바로 그런 종금사에
지원조치를 취하는 데는 국민의 감정적인 거부반응도 없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종금사의 무더기 부도는 적어도 지금
이 상황에선 없어야 한다고 본다.

이미 밝힌대로 외화결제 등을 위한 추가적 지원조치는 그 과정에서
해당 종금사가 결정적인 신용도타격을 받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아래
취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게 예금인출러시를 부르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이라고
보면 그동안 종금사를 대상으로 이른바 금리입찰을 실시해온 공공기금
등의 자금인출은 철저히 자제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