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금속의 이한중사장(46)은 웃옷 주머니에 항상 소형카메라를 넣어
다닌다.

중소기업사장이 왜 카메라를 꼭 챙겨 다닐까.

다른 회사의 공장시설을 찍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설계도면을 빼내기 위해서인가.

그러나 그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너무나 뜻밖의 이유다.

이사장은 거래처등에서 처음 사람을 만나 명함을 받으면 생일을 반드시
물어본다.

이를 명함 뒷면에다 기록한다.

명함을 받은 뒤 한참 서로 얘기를 나누다 그는 느닷없이 속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 상대방의 인물사진을 찍어준다.

옆사람에게 부탁해 상대방과 함께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이사장에게 사진을 찍힌 사람은 이내 그때의 사실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몇달뒤 또는 한해가 지난뒤 자신의 생일날 자그마한 소포를
하나 받게 된다.

그속엔 이사장이 보낸 사진액자가 들어있다.

플라스틱사출로 정교하게 제작된 액자엔 스크린인쇄로 된 생일축하
메시지도 새겨져 있다.

이 액자속에 들어있는 자신의 사진을 받은 사람들은 누구나 이사장의
성의에 감복한다.

그가 이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7년전부터.

사업을 하면서 한번 만난 사람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그의 "사진액자 보내기"엔 남모를 노하우가 꽤 많이 숨겨져 있다.

노하우중 첫번째는 액자제조에 관한 것.

그는 액자를 받은 사람이 호감을 가질 수 있게 액자를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1천만원을 들여 정밀 금형을 제작, 소봉투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만들었다.

현재 이 액자는 소재와 디자인 모두 특허를 신청해놓은 상태.

두번째 노하우는 사진을 찍은 사람을 컴퓨터로 관리하는 것.

그는 상대방의 생일에 정확한 주소로 배달할 수 있도록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놨다.

따라서 매달 생일이 들어있는 사람과 액자를 보내야할 주소가 컴퓨터에
의해 자동으로 봉투에 인쇄된다.

상대방의 사진이 최대한 잘 나오도록 현상하고 필름을 정확하게 관리하는
것도 그가 가진 특기.

승진이나 결혼기념일을 위한 액자는 별도로 관리한다.

더욱 놀라운 건 액자를 여러번 받아 이들끼리 연결하면 하나의 작품이
돼도록 만들어져있다는 점.

이사장이 이런 독특한 액자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소재분야에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한 덕분이기도 하다.

성용금속은 김포 옹정리에 공장을 둔 종업원 60여명의 자동차 트랜스미션
부품 생산업체.

지난 88년부터 자동차부품을 만들어온 이사장은 100% 수입에 의존하던
첨단소재인 고력황동 합금을 독자기술로 개발,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소재분야에서 발명특허를 획득했다.

이 합금으로 만든 기아변속장치인 신크로나이저 링은 현재 현대 대우등
자동차 3사에 납품한다.

이 고력황동합금 링은 내마모성과 정교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

이런 고도의 부품제작 기술이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사진액자를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준 셈.

그는 이 사진액자 보내기에 대해 "꼭 영업활동과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단지 자신의 회사에 대한 신뢰성을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는 것.

현재 그의 컴퓨터에 들어있는 고객은 약8백여명.

그는 매주 금요일이면 다음주에 생일이 돌아오는 고객들에게 보낼 액자의
주소를 확인하느라 무척 바쁘다.

<중소기업 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