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드넓은 우주로 눈을 돌리자"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호가 지난 76년 바이킹호에 이어 다시 화성에 안착
하면서 미지의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이킹호 탐사때는 화성의 한 지점에서 사람 얼굴모습이 촬영돼 당시
인공구조물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었다.

이번에는 물이 있던 흔적이 발견돼 외계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며칠전에는 충북 괴산에서 한 방송사 기자의 카메라에 두대의 UFO가 잡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들어 PC통신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한꺼풀씩
벗겨 보려는 동호회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천체관측에서부터 UFO와 외계인이 과연 존재하는가, 외계인의
메시지를 받아볼수 있는가 등의 관심사로 동호회도 다양화되고 있다.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동호회는 역시 천체관측분야다.

대표적인 곳은 하이텔의 "별사랑".

지난 91년 개설돼 현재 전국에 3천6백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대표를 맡고 있는 전은채씨는 "대부분이 10~20대 회원인데 요즘들어서는
중고생 회원이 크게 늘고 있다"며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로 인해 글들이
부쩍 많이 올라오고 있어 높은 관심도를 느낄수 있다"고 말한다.

별사랑은 아마추어모임인 만큼 별에 대한 이론적 탐구보다는 별자리를
찾아보고 예쁘게 사진도 찍는 그런 모임이다.

하지만 사진은 무시못할 수준.

성운 성단뿐 아니라 은하계까지 스케치한다.

보통때는 통신으로 글을 주고 받지만 1년에 네차례 전체 정기관측도 나간다.

지난 4월 5일에는 헤일-봅 혜성을 관측하러 경기도 용문산에 다녀왔다.

예기치 않은 비를 만나 80여명의 회원들이 밤새도록 비만 맞는 에피소드를
남기기도 했다.

천리안의 "코스모스"도 3천7백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천체관측 동호회다.

이 모임은 매달 정기관측을 나갈 정도로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의 방학시기에는 3박4일로 관측나가기도 한다.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보자들이 많아 교육을 위한 관측활동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맨눈으로 다음에는 쌍안경 천체망원경으로 차차 우주를
보는 눈을 넓혀 나갑니다"(대표시삽 이한배씨)

나우누리의 UFO연구회는 요즘들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남자 중고생이나 대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 갑자기 여자회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인 호기심에는 남녀구분이 따로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표시삽인 김창현씨는 "외국의 경우 UFO학(UFOlogy)이 생길 정도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두려움의 존재이기도 한 외계인과 UFO에 대한
탐구를 통해 미래의 충격을 덜수 있도록 하는게 우리 모임의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이렇듯 진지한 탐구자세 때문인지 각종 연구기관에서 기초자료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는 후문이다.

하이텔의 "우주인의 메시지와 라엘리안"은 라엘리안무브먼트의 PC통신
동호회.

라엘리안무브먼트란 지구에서 4광년 떨어진 한 행성을 방문하고 왔다고
주장하는 프랑스인 클로드 보리롱, 일명 라엘이 지난 75년 시작한 운동이다.

외계에 고도의 문명이 존재하고 지구는 이들이 가꾼 "정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이들이 지구를 방문해 인류에게 궁극적인 평화와
영생을 준다는 것이다.

요즘 비디오로 나와 있는 프랑스영화 "뷰티풀 그린"이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이를 믿든 안 믿든 갈수록 인간성을 상실하고 자연환경이 파괴돼 가는
지구의 현실에 하나의 시사점을 제공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우주인의..."는 지난 6월 라엘리안 무브먼트 한국지부가 방을 개설해
현재 3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외계에 대한 관심이 자칫 신비주의로 빠져들거나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수도 있지만 한없이 넓은 우주공간속에 존재하는 "나"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은 것 같다.

< 장규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