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다자간투자협정
(MAI)은 과거의 어떤 국제규범보다 강도가 높은데다 금융자산거래 전반을
망라하고 있어 이 협정발효가 국내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원장 박영철)은 14일 오후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MAI 협상과 금융산업"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MAI협상에 대한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들은 MAI협상이 발효되면 국내 금융시장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금융기관의 집단부실화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금융시장의 자율성이 강화돼 금융기관의 수익성 제고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리 = 박영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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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업에 미치는 효과 >>

이장영 <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강력한 법적구속력과 높은 투자가보호수준을 특징으로 하는 MAI에 가입할
경우 한국의 금융산업은 내외국 금융기관의 동등대우와 공정한 경쟁여건
보장이라는 새로운 규범의 적용을 받게돼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특히 MAI는 이미 이루어진 투자만을 보호하는 다른 국제협약과는 달리
투자의 실행단계에서부터 내국민대우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게다가 이행의무금지조항과 같은 새로운 의무를 담고 있어 비차별적인
규제조치도 투자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을 때에는 철폐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금융기관별로 그 영향을 철저하게 점검해 이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시장잠식과 경쟁력상실에 따르는 집단부실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보면 실질적 내국민우대가 규범화되므로 외국은행의 설립이나
확장에 관한 경제적 수요심사가 완전히 철폐되고 형태에 관한 제한도 없어져
외국은행의 시장접근이 거의 무제한적으로 보장될 것이다.

특히 외국은행의 추가지점설치에 관한 인가기준이 완화되며 지점의 자본금
증액이 용이해짐에 따라 외국은행의 국내 영업활동범위가 크게 신장될 것이
예상된다.

더구나 지점자본금을 기준으로 규제되고 있는 원화자금조달상의 제한이
없어지고 논의중인 신금융서비스의 도입마저 자유화되면 금리와 상품개발
면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외국계은행의 시장잠식이 크게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기업금융 및 국제금융업무의 잠식이 위협적이며 국내은행은
우량고객의 이탈에 따른 불량채권의 증가도 예상된다.

증권산업도 국내시장에서의 위탁매매업무를 제외하고는 국내기업의
해외증권발행업무, 국제간 기업인수합병(M&A), 선물거래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외국계증권사들의 국내시장잠식이 예상되고 경쟁심화에 따르는 수수료
인하 등으로 국내증권사의 경영위험이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시장개방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보조항이 없이 한국이 MAI에
가입할 경우 종금사와 리스사 할부금융사 카드사 등의 여신전문금융기관도
대부분이 시장잠식 및 경영악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무의 성격상 단기금융업무가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것이지만 국제금융
업무 투자신탁업무 유가증권업무 리스업무 벤처금융업무 등의 시장잠식이
가장 심할 전망이다.

MAI와 상치될 가능성이 많은 리스업 관련규정은 연불판매와 관련된
물건범위제한, 외화차입금의 기간제한, 신용취득 및 담보취득제한 등이며
동일인여신한도 총채무부담한도 타회사출자제한 등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조치로 유보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MAI이후 보험산업은 생명보험의 경우 외국생보사의 국내합작사 설립 또는
현지법인 설립을 통한 국내진출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업채널의 다양화를 통해 보장성보험과 단체보험시장분야에 대한
영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시장잠식이 우려된다.

손해보험의 경우 외국손보사의 진출유인이 적어 국내손보사의 경영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반보험 등에 대한 외국보험사의 영업강화는 국내보험사가 가계성
손해보험시장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국내 손보사간 경쟁심화를 초래하는 등
손보시장 질서의 혼란이 초래될 우려도 있다.

특히 위험조사능력 및 상품개발력을 바탕으로한 외국계 손보사의 차별적
영업전략은 국내 우량물건이 국내손보사들로부터 이탈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MAI협정가입은 중장기적으로 금융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국제
수준에 맞게 고쳐지거나 대폭 완화될 것이므로 경영상의 자율성은 크게
확대될 것이다.

이는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개선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