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의 노사협상이 9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됨으로써 올해
산업현장의 노사분규는 큰 고비를 넘겼다.

특히 다른사업장에 파급효과가 큰 서울지하철의 타결은 이날부터
돌입키로 한 민주노총 산하노조의 총파업일정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하며
노사안정분위기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서울지하철등 4개공공노조와 대우자동차의 1단계 총파업에
이어 16일부터 금속연맹과 병원노련이 2단계 총파업을, 하순에는
현대그룹노조총연합 (현총련) 등 주요제조업체들이 3단계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한바 있다.

그러나 1단계총파업의 선봉격인 서울지하철이 노사협상을 파업없이
끝냄으로써 민주노총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짐은 물론 향후 연대파업도
크게 위축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서울지하철의 파업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게 사실이다.

우선 전국산업현장에 노사안정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임금동결이나
무분규사업장이 무더기로 속출, 투쟁중심의 노동운동이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민주노총도 파급효과가 큰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연대투쟁을 확산시키려 했다는게 노동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실 그동안 민주노총의 임단투때 최선봉에 섰던 기아자동차나
쌍용자동차등 강성노조들이 올해는 임금동결을 선언하거나 무분규로 협상을
마무리, 민주노총의 투쟁전략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이런 상황에서 믿었던 서울지하철마저 무분규로 노사협상을 끝내자
민주노총은 상당히 난감해하고 있다.

아무튼 서울지하철의 원만한 타결로 3단계 총파업을 통해 우위를
회복하려는 민노총의 전략은 일대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당초 서울지하철과 함께 만도기계노조에서 파업의 불을 당겨
다른사업장으로 확산시킨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총파업 5일전 만도기계노조가 협상을 마무리, 9일동안의 파업을
끝낸데 이어 총파업 첫날인 9일에는 서울지하철노조마저 전열에서 이탈,
맥이 빠져버린 상태다.

서울지하철의 노사협상 타결은 또다른 측면에서 다른 사업장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시민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공익사업장 노동쟁의에 대해서는 더이상
시민들이 침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이 서울지하철노조 파업을 하루앞둔 8일 시민을
볼모로 하는 파업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파업에 돌입하지 말라는 시민들의 압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노조도 과거처럼 무분별한 노동운동을 펼치기가 어렵게
됐다.

현재 대우자동차 한국조폐공사 등 일부 사업장노조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으나 파업 열기는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1단계 총파업 주요사업장으로 지목한 5곳 가운데 전면
파업을 감행한 곳은 대우자동차 한곳에 그쳤으며 한국조폐공사노조는
경산창에서만, 지역의료보험조합노조는 오후에만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날 총파업에 동참키로 했던 전문노련 산하 노조중에서도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소 한국방송광고공사 노조는 파업에 들어가지 않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노조는 파업을 하루 늦췄다.

또 전면파업을 예고했던 창원 대림자동차노조는 3시간 부분파업으로
파업수위를 낮췄다.

노동부의 전운배 노사협의과장은 "올해 산업현장에서 노사분규열기가
급속도로 식은 것은 경기불황 등 외부환경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산업
평화의 바람이 확산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