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휘발유가격 인하경쟁이 확전일로로 치달으면서 휘발유값이
꼬리를 물고 하락, 리터당 8백원대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공, LG칼텍스정유, 쌍용, 현대정유및 한호에너지 등 정유5사는 휘발유값
의 인하폭과 시기를 놓고 상호간에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자존심
대결의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정유은 지난 1일부터 휘발유값을 리터당 8백26원에서 8백15원으로
내린데 이어 5일부터 업계 최저가인 8백원으로 또다시 15원을 추가 인하해
판매한다고 통상산업부에 4일 신고했다.

휘발유값을 8백15원으로 내렸던 한화에너지 역시 8백3원으로 인하한다고
신고했으며 3일부터 8백9원에 판매했던 유공은 불과 이틀만인 5일부터
8백3원으로 6원을 추가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쌍용정유는 4일부터 리터당 8백3원을 받기 시작했으며 8백15원
으로 신고했던 LG정유도 일선 주유소의 사정에 따라 경쟁사 주유소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지시, 실제 판매가는 8백3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정유업계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과 수일만에 통산부에 이미 신고한 가격을
백지화하고 추가로 가격인하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던 일로 휘발유값 인하
경쟁이 5개사 전체의 힘겨루기 싸움으로 확대됐음을 의미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또 쌍용정유가 타업체들과 달리 지난달말에 판매가격을 신고
하지 않은후 4일 업계 최저가를 선언하며 8백3원으로 내리자 경쟁사들이
즉각적으로 이에 맞대응하는 자존심 싸움의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휘발유값은 이에따라 가격자유화가 시작된 금년 1월이후 불과 6개월여만에
정유5사의 소비자가격이 모두 자유화전보다 낮아졌으며 경쟁여하에 따라
앞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정유5사는 가격자유화가 시작된 지난 1월1일부터 휘발유값을 리터당
8백15원 단일가격에서 업체별로 최고 8백29원까지 올려받은후 2월에는
8백48원까지 인상했었다.

공장도가격에서 차지하는 휘발유의 정유사 마진은 약 1.5% 수준으로
리터당 8백원 수준의 판매가 계속될 경우 약 30원의 역마진이 발생,
정유사들이 안게 될 손실은 올 한햇동안 3천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양승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