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의 장소와 일시문제를 최종 결정할 남북한과 미국
의 3자 준고위급(차관보급)회담이 오는 30일 뉴욕에서 열리게 돼 4자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무부는 25일 "남북한과 미국의 차관보급 대표단이 참석하는 준고위급회담
이 30일 뉴욕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회담에서 남북한과 미국 3자는 중국이 참여하는 예비회담을 8월 첫째주
(4~9일) 제네바에서 개최한다는데 공식 합의하고 이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은 형식상 4자회담 예비회담의 일시및 장소 의제 등을 논의하는
자리이지만 북한측이 이미 예비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한/미 양국에
공식 통보해 왔기 때문에 내용면에서는 예비회담의 일시와 장소를 공식
발표하는 자리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측이 25일 새벽 평양(북한당국)의 훈령을 받아 중국이
참여하는 예비회담에 ''아무 조건없이''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한/미 양국에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측과는 이미 준고위급회담에서는 식량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약속이 된 상태"라며 "설사 북한측이 회담에서 식량문제를
거론한다고 해도 그 자체가 예비회담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양해가
남북한과 미국 3자간에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섯차례의 뉴욕 3자 실무접촉에서 식량지원 보장 등을 내세우며
예비회담 참석에 대한 최종 수락을 미뤄온 북한측 태도로 볼때 북한의 이번
결정은 상당한 입장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수 있다.

북한측이 당초 식량보장을 요구하던 입장에서 한발 후퇴, 조건없는 예비
회담 참석을 수용키로 한 것은 일단 국제사회의 꾸준한 대북지원으로 어느
정도의 식량이 확보된데다 대한적십자사의 대북구호식량이 계속 전달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추가 식량보장 요구가 먹혀들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부의 또다른 당국자는 "정부는 지난번 뉴욕 실무접촉에서
북한이 식량문제 등을 이유로 예비회담 참석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더
이상 미룬다면 예비회담을 논의하기 위한 뉴욕 실무접촉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측의 태도변화로 4자회담을 위한 항해가 예비회담 수순까지는
순항한다고 해도 북한측이 정작 예비회담에서 또다시 식량문제를 들고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4자회담 성사까지는 난관이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예비회담에 이어 본회담이 열리기 까지는 또다시 식량문제 경제
제재 완화 등을 내세우는 북한측을 상대로 한국과 미국의 집요한 설득작업이
펼쳐지는 등 지루한 ''밀고 당기기''가 되풀이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
되고 있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