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처리속도가 기존 반도체에 비해 1백배 이상 빠른데다 서비전력은
1천분의1에 불과한 고온초전도 전자소자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정보재료.소자연구센터 한택상.최상삼 박사팀은
지난 2년간 과학기술처의 국책연구개발사업으로 4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고온초전도체를 이용한 단자속 양자(SFQ)소자를 제작, 시험작동에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소자는 액체질소온도(섭씨 영하 1백96도)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고온초전도체를 가로 세로 각 5mm, 두께 0.3마이크로m(1마이크로m은
1천분의1mm)의 얇은 막으로 만들고 이 막을 미세회로화해 제작한 것이다.

이 소자는 두 초전도체층 사이에 얇은 절연층이 있는 조셉슨접합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절연층이 얇을 경우 전류가 통과하는 특성을 응용한 것이다.

이 소자는 한개의 자력선이 소자에 잡혀있는 상태와 빠져나간 상태를
1과 0으로 규정해 작동하는데 정보처리속도는 기존의 반도체보다 1백배이상
빠르다.

즉 기존 반도체의 정보처리속도는 수 기가 인데 비해 이 소자는 수백 기가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1기가 는 1초동안 10의9승회, 즉 10억회의 연산을 한다는 뜻이다.

또 소비전력은 마이크로와트(마이크로와트는 1백만분의1와트)수준으로
밀리와트(mW는 1천분의1와트)의 전력을 소모하는 기존 반도체보다
1천분의1가량 낮다.

따라서 소자의 소형화는 물론 한꺼번에 많은 양의 정보 및 영상처리가
가능해 앞으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은 물론 새로운 개념의 초고속컴퓨터,
레이더와 같은 첨단군사장비 등의 부품으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소자의 작동을 위해서는 섭씨 영하 1백96도까지 온도를 낮춰줘야하는데
이 조건은 원하는 부위의 온도를 극저온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소형냉동기를
써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박사팀은 이 소자와 관련한 국내외 특허출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소자의
특성향상과 집적도를 더욱 높여 오는 2005년께 실용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한박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네덜란드의 유명 학술지 "피지카 C"에 싣고
이달말부터 7월초까지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국제초전도소자학회와 유럽응용
초전도학회에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카멜링그 온네스가 처음 발견한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며 내부로 자력선이
통과하지 못하는 완전 반자성의 특성을 갖고 있는 물질로 무손실 송전,
에너지저장, 고감도센서, 초고속 전자소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절대온도 1백50K(0K는 섭씨 영하 2백73.15도)에서도 이같은 특성을
나타내는 고온 초전도물질이 개발되어 있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