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의 핵심은 생기의 취득에 있다.

이러한 생기를 만드는 기본적인 조건은 물과 바람이다.

특히 바람은 풍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풍수에선 바람을 직접 받게 되는 것을 금기로 여긴다.

그것은 인간에 해를 주는 살풍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선풍기 바람을 직접 받으면 몸이 붓고 심하면 죽기도
한다.

여름에 선풍기를 틀고 자다가 변을 당했다는 보도가 간간이 나오는 것도
모두 이러한 연유에서 이다.

가정이나 사무실, 자동차 등에서 에어컨 바람을 직접 받는 것도 살풍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그러나 살풍도 나무나 벽 등 장애물에 한 번 부딪치면 살기가 꺾여 순풍이
된다.

순풍은 산들바람 또는 미풍이라고도 한다.

이런 바람은 아무리 많이 받아도 건강에 해가 없는 것이다.

이같은 연유로 인해 어느 가전제품 생산회사에서 풍수논리를 활용하여
선풍기 바람이 앞이 아닌 뒤로 나오게 하는 역풍선풍기를 생산하여 인기를
끈 적도 있다.

이와 같이 종류에 따라 바람이 인간에 득이 될 수도 있고 해가 될 수도
있기에 풍수상 택지를 구할 때 택지의 형상, 주변의 지형, 방위 등을 고르는
것에 신중을 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택지 부족으로 인하여 지형적 조건이나 위치와 관계없이
무조건 주택을 짓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로변의 택지는 교통이나 생활 여건이 좋고 건축법상 높이 지을 수
있어 고층 아파트를 많이 짓는다.

하지만 자동차가 다니는 대로변 특히 고속으로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변에
주택을 지었을 때 거주자에게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우선 자동차의 통행으로 인한 소음은 쾌적한 주거 환경을 해치고, 매연과
먼지 악취를 동반하고 있어 건강상 좋지 않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고속으로 질주하는 자동차로 인해 항시 인공적인
바람이 인다는 점이다.

이런 바람은 가라앉기도 전에 줄지어 통행하는 자동차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같은 바람이 바로 살풍이다.

이런 환경에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온화한 내부의 기운을 순식간에 외부로
빼앗겨, 풍수상 바람을 가두고 품는다는 장풍의 논리에 어긋나 주거지로서
좋지 않다.

바람이 인간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주거지를 찾아야 한다.

"바람을 가두고 물을 얻는다"는 풍수 논리가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
셈이다.

택지를 찾을 때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