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에 대한 국제협력(원조) 사업은 국제적 이미지 제고는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잠재적인 시장인 이들 개도국에 대한 지원은 이제 단순한 원조차원을 넘어
"투자"의 개념으로까지 바뀌고 있다.

개도국에 대한 무상원조를 주 임무로 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18일 프레스센터에서 청년해외봉사단과 국제협력요원 발단식을 갖는다.

KOICA는 전세계 1백20여개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기복 한국국제협력단 총재를 만나 KOICA의 활동상과 국제협력사업의
중요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만난사람 = 이건호 정치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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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협력단은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국제협력단은 우리보다 어려운 후발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이를 위해 개도국의 연수생을 국내로 초청, 훈련을 시키거나 우리나라의
전문가 봉사단 의료단 태권도사범 국제협력요원 등을 개도국에 파견하고
있습니다.

또 개도국내에 병원 학교 직업훈련원 건립과 같은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농업기자재 약품 등의 물자를 제공하는 한편 도로개량 및 발전소 건설 등
국가기반산업 조성에 필요한 타당성 조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개도국에 대한 무상원조사업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개도국에 대한 원조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차대전 후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원조 프로젝트가 그것이죠.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이 개도국지원을 위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쏟아붓고도 정작 효과는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아프리카나 중남미의 후진국들은 선진국들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도
여전히 빈국으로 남아있습니다.

때문에 국제적으로 새로운 원조방식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동안 큰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경우 개도국의 경제
발전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봉사단 파견현황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지난 90년 처음으로 4개국에 1기 단원 44명을 파견한 이래 지난해까지
23개국에 총 4백14명의 봉사단을 파견했습니다.

지난달 말 현재 해외에서 활동중인 봉사단원은 1백68명(23개국)입니다"

-국제협력요원이라는 말은 다소 생소한데요.

"공익근무요원의 일원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개발도상국에 파견돼 일정기간 봉사단원이나 의사로 근무하면 병역을 필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죠.

95년부터 실시되고 있습니다.

국제협력요원은 해외봉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국제협력봉사요원과
의료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되는 국제협력의사로 구분됩니다.

국제협력요원의 복무기간은 총 32개월(국내근무 6개월, 해외 26개월)이고
국제협력의사는 36개월간 근무하게 됩니다.

청년기에 건전한 국가관을 형성하고 값진 봉사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봉사단으로 해외에 파견되는 인원들의 자질도 중요할 텐데요.

"물론입니다.

봉사단원은 우선 투철한 국가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해외에 나가서 한국인의 우수성과 근면성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새로운
것을 달성하려는 투지도 있어야겠죠.

또 봉사하는 마음의 자세가 돼있어야 합니다.

어학이나 컴퓨터지식 등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겠죠"

-우리나라의 대개도국 원조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우리나라의 원조규모는 국민총생산(GNP)의 0.04%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한 실정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0.3%인 점을 감안해 보면 우리
나라의 원조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있죠.

개인당 연간 대외원조 부담액을 보면 유럽 국가들의 경우 2백50달러 정도
됩니다.

원조액이 작은 나라도 40~50달러 정도는 됩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무상원조부담액이 1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우리의 경제규모나 국제적 지위 등을 고려해볼 때 앞으로 원조규모를 크게
늘려야 할 것입니다.

금세기말까지는 적어도 GNP대비 0.1%수준까지는 끌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간단체 등에서도 개도국에 대한 원조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국제협력단은 정부차원의 원조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원조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민간 원조기관과의 유대와
협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제협력단에서도 민간단체에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협력단은 95년 5억원의 예산을 18개 기관에 지원했고 지난해에는 6억원
으로 22개기관의 24개 사업을 지원했습니다.

올해의 경우 6억3천만원 정도를 민간단체에 지원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지원규모와 사업연대 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원조를 받는 나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리나라의 해외봉사단은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 봉사단원에 비해
파견국과 현지주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단원들의 헌신적이고 성실한 봉사활동 덕택이죠.

특히 파견국의 언론매체에 단원들의 모범적인 활동사례가 많이 소개되고
있고 봉사단원에 대한 파견요청이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해외 연수생 초청 사업은 어떻습니까.

"작년에 1천2백명의 연수생을 초청, 교육을 했습니다.

해외 초청연수생의 경우 일반 산업체 연수생과는 다릅니다.

그 나라의 경제계획을 입안하는 국가공무원, 기업체의 중견간부, 국영
기업체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해당나라의 각 분야에서 주역이 될 사람들이죠.

때문에 이들을 초청, 연수를 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수교육에 대한 요청이 많아 내년부터는 초청 연수생 규모를 1천8백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많고 우리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해외원조사업을 늘릴 필요가 있을까요.

"해외원조사업은 경우가 다르다고 봅니다.

우리가 지원하는 원조의 80%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고 보면 될 겁니다.

쉽게 말해 봉사단원 1백명을 파견하는 것은 평화유지군 1만명을 파견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죠.

평화유지군 활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 평화유지군의 임무상
현지에서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여주는 일까지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외봉사단은 그 나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을 하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훨씬 큽니다.

대 개도국 원조사업은 일종의 장기적인 투자로 보면 됩니다.

일방적으로 주고 받는 것이 아니고 결국 그 혜택이 지원을 받는 나라뿐만
아니라 지원을 하는 나라에도 여러가지 형태로 돌아오게 된다는 말입니다.

특히 무역수지적자가 2백억달러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선진국에
대한 무역수지적자를 개도국과의 무역으로 상쇄하고 있고 우리 해외투자의
45%, 총교역의 40%가 개도국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개도국과의
협력은 보다 확대돼야 합니다"

-경제적인 측면 이외에 인도적인 측면에서도 원조사업은 중요하겠죠.

"그렇습니다.

전세계 인구의 80% 정도가 개도국에 살고 있으며 그중 10억이 넘는 인구가
기아와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매일 1만1천명의 어린이가 굶어죽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국민도 관심을
갖고 그들의 고통을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분담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선진화된 국민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협력단의 향후 사업추진 계획에 대해 밝혀주십시오.

"외국과의 교역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국제협력
사업은 기본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잘 돼느냐, 못 돼느냐도 국제협력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으로 볼때 적어도 매년 1천명 정도는 봉사단으로
파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한국형 국제협력 모델"을 개발, 정착시켜야 합니다.

선진국이나 후진국 등은 실질적인 원조를 하기 힘듭니다.

경제발전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죠.

경제개발의 경험에 입각한 실질적인 원조모델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