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부(필리핀)=김성택 기자 ]

제4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재무장관회의가 5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필리핀 시부에서 개최된다.

이번회의에서는 회원국 사회간접자본확충을 위한 민간자본유치방안과
연내 자본이동촉진대책 등이 공식의제로 논의된다.

그러나 경기침체 경상수지적자 금융기관부실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국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나라의 상황으로 볼 때 각국의 사정을
해명하는게 오히려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공식의제인 자본이동자유화와 SOC(사회간접자본)부문 민간참여
문제 등의 각론보다는 아시아각국의 경제현안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국의 경우 지난달 급격한 외자유입에 이은 부동산담보대출의 부실화
파문으로 한때 주식시장거래가 중단될 정도의 금융불안에 처했었다.

"제2의 멕시코"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올 정도였다.

태국의 경우와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국도 급증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 한보 삼미 등 대그룹부도에 따른 금융기관부실화 우려로
대외적인 신인도가 떨어져있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도 부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제수지흑자국가인 일본도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3천6백6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르고 있다.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은 2천4백억달러로 전체여신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APEC재무장관들은 태국과 한국이 어떻게 난국을 헤쳐
나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아시아의 금융불안이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물밑에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로서는 이번 기회를 최대한 활용, 회원국들이 갖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불신감을 불식시키는게 초미의 과제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우리경제가 착실한 구조
개선노력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 ADB(아시아개발은행)의 사또 총재, IMF(국제통화기금)의 캉드쉬 총재
등과의 공식적인 만남이외에도 미국과 일본 등 주요극의 재무장관도
비공식적으로 접촉할 계획이다.

이번회의는 손에 잡히는 결론은 내놓을게 별로 없지만 회원들이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모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