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은행들이 벤처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3일 재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들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창업투자회사를 잇따라 설립하는 한편 각 계열사를 통해
벤처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은행들도 최근들어 "벤처 펀드"를 설정하는가 하면 사업성이 좋은 벤처
기업에 대해서는 우대금리로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현대그룹은 오는 8일 창업투자회사인 현대기술투자를 설립키로 했다.

자본금 3백억원 규모의 이 회사는 현대종합금융이 40%, 현대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각각 15%, 외환은행이 30%를 출자하게 된다.

이 회사는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반도체 관련 벤처기업은 물론 자동차신기술
개발업체 등에 지분을 출자하거나 자금지원에 나서게 된다.

쌍용그룹도 곧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키로 하고 준비작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그룹도 삼성물산 사내소조직인 넥스트웨이브팀의 활동을 강화해 국내
벤처기업에 대해 영업 자금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기로 하는 한편
삼성전자 삼성SDS 등을 통해서도 벤처기업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LG그룹은 LG창업투자를 통해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고
영업 기술 정보 금융 지원폭을 늘리기로 했다.

또 "투자한 회사의 주식매입 선택권(Investee Company Stock Option)"
등의 다양한 제도를 잇따라 도입해 구성원들의 투자동기를 지속적으로
유발시켜 외국 벤처캐피탈 회사에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장기신용은행은 3백억원의 벤처 펀드를 조성,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분출자, 전환사채 인수, 약정투자를 통한 자금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부대 융자를 실시, 대출금리를 최저 1%에서 최고 5%까지
낮춰줄 계획이다.

산업은행도 3백억원의 중소기업 주식투자 자금을 마련, 벤처기업 지원
자금으로 적극 활용키로 했다.

장기신용은행의 이용승 투자개발실장은 "벤처파이낸스는 위험부담도
크지만 투자대상기업중 20%만 성공해도 높은 수익성이 보장된다"며 "이
사업이 은행수익사업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각광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기술투자 설립을 준비중인 현대종합금융 박정근 부장은 "투자 수익
차원을 넘어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기술을 상호교류하는 것도 창투사의
중요한 업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정호.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