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매저키스트야. 여자에게 당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 나는 처음 미국에 가서 집 주인 여자에게 배웠어. 그 여자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낮에 보면 거북이처럼 못생겼는데 침대에서는
요정이었어.

나는 그 여자때문에 대학이고 뭐고 제쳐두고 학비를 가져다가 놀러다니고
섹스수업 받고 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올때까지 내 인생에서 그렇게 신나는
세월은 없었어.

나는 다시 그 여자에게 돌아가고 싶었는데 그 여자는 자동차사고로
죽었어. 나는 그런 여자를 찾아 헤매고 있어"

"그렇담 번지수가 틀렸네요. 나는 죽어도 그렇게 개같이는 못해요.

고상하게 나를 사랑해줄 수 있다면 몰라도. 나는 사랑없는 섹스는 정말
못 하겠어요"

"우리는 정말 극과 극이군. 나는 네가 마리화나를 하고 나면 황홀해
진다고 해서 시키는대로 했는데, 너는 미동도 안 하지 않아"

그녀는 어린아이같이 투정을 부린다.

"나를 사랑해봐요. 사랑해주지 않고 쾌락만 구하니까 그렇죠. 어린
여자들은 훈련 잘 된 셰퍼드같이 능률적이지 못하대요. 아셨어요? 리키"

"리키라니?"

당신은 시드니에서 기르던 셰퍼드를 닮았어요 라고 말하지는 않기로 한다.

그것은 모욕일 테니까.

"리키는 섹스를 아주 잘 하는 나의 애인이었어요. 최근에 사귄
애인이었죠"

"그래? 그럼 내가 리키라고 생각해봐, 응? 내 몸은 너무 거대하고
멋있잖니?"

"그래요, 아주 멋져요. 그런데 저하고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우리
궁전의 백마담하고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하하하하"

"야, 미자. 너 나를 어떻게 보고 이러니. 적어도 나는 스물다섯 넘은
여자하고는 안 잔다.

모욕당하는 것 같아서 그래. 남자가 얼마나 바보고 능력 없으면 늙은
여자들하고 노냐. 안 그래? 미자, 정말 나 좀 어떻게 해줘. 말만 시키지
말고"

그녀는 눈을 감는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눈뜨고 짐승처럼 먹어버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녀는 남자를 먹는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인간을 식인종처럼 씹어 삼키며 즐길 수 있겠는가?

아직 자기가 어리고 태어나기를 성적으로 냉담하게 생겨나서 그런가 하고
가끔 자기 성찰쪽으로 분석해 본다.

사실 그녀는 약기운만 아니면 수녀원에 들어가도 충분히 버텨낼 수 있는
냉담하고 우아한 성녀의 기질을 갖추고 태어난 여자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