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하 <아세아종합금융 전무>

한국의 종합금융업계는 양적 성장을 거듭하여 현재 30개의 종금사
(Merchant Bank)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970년대 후반기에 외자도입의 목적으로 설립되어 1994년까지 새한,
아세아, 한국, 한불, 한외, 현대의 기존 6개사가 사이 좋게 분점하고 있던
종금업계 시장구조는 94년도에 정부가 지방소재 9개 투금사를 종금으로
전환시키고, 연이어 96년 7월에 15개사가 전환되면서 30개사가 결합하는
혼전구도로 접어들게 되었다.

원래 투금사들은 사채자금의 양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래 기업어음
(CP)중개, 콜업무, CP 할인 및 매매, CMA 등 원화단자 업무에 특화되어
있었으나 최근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보다 폭넓은 수익원을 가진 종금사로
전환되어 활로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종금사가 재경원으로부터 인가받은 라이선스는 외국환은행업무, 증권
투자신탁업무, 리스업무 그리고 단자금융업무이다.

이러한 광범한 업무영역 가운데 종금사들은 리스 등 수익성이 높은
업무에 집중함으로서 높은 수익신장률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은행들의 총자산이익율(ROA)가 0.3%, 전환종금사의 ROA가 0.6% 수준인데
반하여 기존종금사들의 ROA는 1% 내외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며
총자본이익율(ROA) 비교에 있어서도 은행들이 4.2%, 전환종금사들이
8.8% 수준임에 반하여 기존종금사들은 13%대의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기존종금사들의 경우 수익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기존종금사들의 ROA는 94년도 19.8%에 이르렀으나, 주식평가손등의
반영으로 96년도에는 12.6%까지 낮아진 것이다.

기존종금사들은 이러한 수익성의 저하를 탈피하기 위하여 투자자산의
Partfolio에 수정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국내 리스 또는 외화대출 자산의 성장을 둔화시킨 반면에 역외외화대출,
외화증권 투자 등의 국제금융부문 자산규모를 급격히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이 선회되고 있다.

이는 90년에 3~4%에 이르던 리스 등 국내시장의 대출마진이 최근 1%
내외로 축소되었으나, 세계경제의 성장으로 Emerging Market의 자금수요는
증가하여 국제금융부문의 수익성이 국내금융보다 월등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94년도에 전체 수익의 58%를 차지하던 리스부문은 96년에는
48% 수준까지 축소되엇으며,6%에 불과하던 국제금융부문의 수익비율은
12%대로 증가하였다.

순익이 급격히 둔화되리라던 예상을 깨고 기존종금사들이 2백억원을
상회하는 높은 당기순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특유의 발빠른
변신으로 수익성이 높은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명심하여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종금사가 기존의 전통적인 마진 비즈니스 확장에만 연연할
경우 향후 당기순이익의 추락을 모면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 앞에 놓여진 주된 과제는 기존 마진 비즈니스의
수익성 하락에 대응하여 어떻게 고수익성 상품을 개발하느냐일 것이며,
그것은 주로 비이자수익상품의 발굴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종금사의 수익성이 양호하게 유지되기 위하여는 틈새시장
(Niche Markets), 비전통적 신상품(Non-Traditional Products), 새로운
시장(New Markets), 새로운 고객(New Clients)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규제완화가 종금사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위기인가 아니면 기회인가.

거기에 대응하여 우리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등이 최근 금융개혁
등 규제완화를 둘러싼 의문점들이 아닌가 한다.

일반적으로 규제완화는 "영업환경의 변화", "고객요구사항의 변화",
"영업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

기존의 종금사, 은행, 증권사 등의 고유한 업무영역의 한계가 모호해질
것이다.

향후에 종금사를 둘러싼 영업환경은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의 가장 위험적 요소는 더이상 방어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정부의 보호막 아래 은존하였던 우리의 고유한 영업관행은 이제
국제기준의 요구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OECD 가입으로 진입장벽을 낮추라는 개방 압력이 보다 거세어질 것이고
BIS률을 지키라는 요구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향후에는 노동시장의 관행도 바뀔 것이고 공정한 거래에 요구도 커질
것이며 공개적으로 투명한 회계기준에 대한 요구도 접종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사실들이 종금사들의 향후 영업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또한 규제완화의 영향을 고객요구사항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의 공급자 위주에서 자금 수요자 위주로 시장구조가 바뀔 것이다.

자본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핵심고객에 대한 직접 금융의 중요성이
이제까지의 금융중개기능보다 커질 수 있으며, 몇몇 기업고객들으
차입비용은 향후 종금사율보다 더욱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위험인 동시에 기회라는 말이 된다.

"많은 기회들은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진 경우가 많으며 처음에는 난해한
문제들로 비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존의 업무 라이선스에만 매달려 전형적으로 영업하던 시대는 종말을
고할 것으로 보이며 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해야 할
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경영진에게는 몇가지 심각한 나제들과 도전사항들을
던져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영진은 변화라는 현실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알기 위하여는 다양한 미래의 시나리오들을
점검해야 하고 고객이 누구이며 그들의 요구변화는 무엇인지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환경변화에 부응한 장기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