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어릴적에는 누구나
한번쯤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남들 모르게 자기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수 있다는 것은 정말 짜릿한
일이다.

자본주의 발전은 바로 이런 투명인간이 존재하는데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시장이다.

일찍이 아담 스미스가 예리하게 비유했듯이 시장은 모든 일을 효가적.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근래 적대적 기업 인수가 국내 증시에 만연하면서 이러한 시장조절
기능이 기업 사냥꾼이나 악덕 기업주를 통해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업 탈취는 상당한 주가 상승을 수반하면서 성공적인 경우는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시도되기 마련이다.

실제 그간 몇건의 기업사냥이 성공을 거두어 이러한 논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질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적대적 기업 인수 중에도 상당수가 실패로 끝날 기로에
있고, 현실적으로 실패로 끝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 탈취 시도의 실패는 주식 매집 행위에 의해 통상 수백억원의
자금이 묶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방어 측의 지분확대를 야기하여
상장주식으로서의 유동성 매력을 상실함으로써 기세적인 고가주에 머물기
쉽기 때문이다.

즉 경영권과 유동성 부문에서 진퇴양난에 빠지는 것이다.

반대로 적대적 인수 시도는 현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부당한 회사 자원의
낭비, 즉 염매 행위를 차단하고 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채찍이
되기도 한다.

요컨대 증권시장은 명분없는 적대적 기업인수자에게는 막대한 재무적
손실과 사회적 비난을 가져다 주고, 회사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영진이나 대주주에게는 막대한 방어비용과 함께 기업을 빼앗기게
하는 고통을 준다.

이제 기업탈취자나 경영자들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 바로 시장을
두려워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