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제 < 해운산업연구원 원장 >

1997년 새해는 지난해 시작된 해운불황의 늪속에서 계속 헤매는 한해가 될
것 같다.

새해의 세계경기는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전망이나 우리나라 경제전반의
성장, 특히 제조업의 성장이 저조한데다 94~95년 호경기에 다투어 발주된
신조선박이 97년까지 속속 쏟아져 나옴에 따라 세계적인 선박 과잉공급
현상이 지속돼 운임지수가 계속 하락할 것이 틀림없다.

세계 해운선사들은 이러한 세계해운불황의 터널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대형선사 P&O와 네들로이드의 합병, 한진해운의 독일선사
(DSR-Senator)의 지분인수 등은 자구.자생을 위한 전략적 제휴의 극단적인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세계의 해운시장은 특히 정기선의 경우 바야흐로 4~5개 제휴그룹에 의한
과점형태의 생존경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적자생존의 해운전쟁에서 살아남고 이를 딛고 세계 해운강국
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으려면 민관의 공동대처가 긴요하나 보다 중요한
것은 해운선사차원의 자생노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해운선사들도 원양.연근해 선사를 불문하고 회사내의 합리화
(Restructuring)와 대형화는 물론 기업합병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의 추진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추진은 지난 80년대초에 정부주도로 추진된 해운합리화와 달리,
문민시대에는 기업의 자발적인 산업합리화 노력에 기대를 걸고 이를
부추기는 길밖에 뾰족한 수단이 없다.

정부로서도 항만국통제(Port-state control)제도의 강화를 통하여 기준선
미달 선박과 국적불명 선박의 입항을 규제함으로써 해상안전의 도모는 물론
과잉공급된 선복량의 축소효과도 노릴만 하다.

우리나라 선박은 노후선 등 기준미달선이 적고 국적선을 보호.지원하는
효과도 있어서 국내선주들은 항만국통제에 필요한 전문인력도 기꺼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동안 꾸준히 검토되어온 제2선적제도는 이제 서둘러 도입할 때
이고 그렇게 되면 해운시황의 회복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제2선적제도 또는 "국제선박등록제도"는 조세부담이 적은 멕시코 등의
국가에 선박을 등록하는 소위 편의치적을 막고 이를 자국선대로 환류시키기
위한 조세유예제도이다.

이들 편의치적 국가에서는 선박에 대한 등록수수료와 법인유지비만을 부과
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외에도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공동시설세 등을 부담하고 있는 바, 우리나라가 편의치적국에 비해 50배
이상의 과중한 과세를 부과하고 있으니 편의치적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중고선거래의 경우에도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대부분
의 해운선진국은 압축기장제도를 통해 세금유예를 해줌으로써 해운거래를
활성화하고 선박부동산 투자를 촉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최소상선대(National minimum)유지를 전제한 국제선박등록
제도를 조기 도입함으로써 해운중심국가의 위치를 앞당기고 동시에 해운
불황을 타개하는 1석2조의 지혜를 발휘할 때인 것 같다.

97년은 이 어려운 해운불황기에 해운기업 근로자 정부가 서로 협력하여
이 지루한 해운불황을 해운중심국가와 해운강국의 기틀을 잡는 도약과
공영의 기회로 승화시키는 보람의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