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의 잠수함침투 공식사과로 남북관계가 정상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 그동안 연기해온 남북 항공관제협정 체결협상을 재개하는 한편 민간
차원의 대북식량지원과 기업인 방북 등을 연초에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남북경협을 추진해왔던 대우 LG그룹 등 국내
기업들의 경협사업 재개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나진.선봉지역에
대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무역관개설과 토지공사의 공단건설도
곧 재추진될 전망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잠수함사건이 마무리됨에 따라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측과 접촉,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관제협상을 빠르면 1월말께 재개할
방침"이라며 "대북경수로지원사업과 기업인 방북 등을 포함한 남북경협사업도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우그룹은 조만간 박춘상무 등 잠수함사건을 계기로 남포합영공단에서
철수했던 그룹관계자와 기술자들의 재방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측은 박상무 등의 철수후에도 공장가동은 계속됐지만 품질과 납기이행
여부에 의구심을 품은 외국 바이어들이 거래선을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조속히 이들을 다시 북한에 보내야할 입장이다.

LG그룹은 올해 1만5천대이던 컬러 TV임가공 생산물량을 내년에 4만대로
확대한다는 방침아래 북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LG는 또 삼천리자전거와 합작으로 북한에 자전거부품 임가공 공장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북한측과 체결한 나진.선봉지역의 통신설비계약이 잠수함
사건으로 취소됐기 때문에 재협상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다.

이밖에 대한적십자사(총재 강영훈)도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의 대북지원
프로그램에 동참, 빠르면 다음달 중순경 대북식량지원을 재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 임혁.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