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할리우드의 침략에 맞서 역내 영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야심찬
투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10년간에 걸쳐 약 2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 계획은 앞으로 험난한 파도를 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문화장관들이 16일브뤼셀에서 각료회의를 여는 것도 이 계획의 추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EU회원국 정부들에 총 9천만 에퀴(1억8백만달러)
의 영화산업융자보증기금을 설립, 향후 17년간 4백15편의 영화와 2백15편의
TV프로그램의 제작비를 지원토록 촉구했다.

이 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유럽투자기금이 운영하게 될 "음향영상산업보증
기금"은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융자금의 일부를 보증하는 형식으로 영화산업에
투자하도록 권유할 것이다.

이 계획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EU의장국 아일랜드는 이번 회의에서 독일이
주도하는 반대그룹을 무마하기 위해 기금 규모를 6천만 에퀴(7천2백만 달러)
로 감축하는 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할리우드는 엄청나게 큰 단일언어권의 내수시장을 겨냥해 제작된 영화들을
현지제작 영화의 10분의 1 가격으로 유럽대륙에 수출할 수 있다.

이에 비해 EU 영화업계는 역내의 다양한 언어 때문에 한 영화를 15개
회원국의 유럽시장에 배급하는데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따라서 유럽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10편중 8편, TV프로그램의 10개중 6개
꼴이 미국제작물일 정도로 수입품이 판을 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