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정도를 지나치는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중용을 지키라는 말이다.

중용이란 말은 동양철학적인 개념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서양에도 "정도를
지나치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코니마코스 윤리학"이란 책에서 "지나침과 모자람은
악의 특색이고 중용은 덕의 특색"이라고 중용을 주장하고 있다.

과음 과식이 우리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이와 다른 차원의 이야기지만 민주국가의 의사결정에 있어 회의책의 경우,
"다수결"을 원칙으로 삼는다.

다수의견이 소수의견을 포함한 전체의사를 대표한다는 것은 항상 다수의견이
옳기 때문이 아니다.

다수의견이 소수의견보다 전체의사에 가깝기 때문에 편의상 그렇게 정할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다수결이란 언제나 소수의견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다수와
소수는 바뀔수가 있고 그래서 "소수의견 존중"이란 원칙이 성립하게 된
것이다.

95년 9월1일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흡연자는 사실상
소수파로 전락하고 말았다.

흡연자라 할지라도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또 비흡연자에게 해가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다만 비흡연자에게 "혐연권"이 있다면 흡연자에게는 "흡연권"이 있지 않느냐
는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부터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시행령이 시행되면서 흡연자들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돕게 됐다.

우선 시행규칙상 반드시 흡연구역을 따로 설치하게 되어 있는데 현실은
형식적인 흡연구역만 지정하고 있을 뿐 흡연구역으로서 갖춰야 할 시설은
거의 없다.

이같은 흡연환경의 조성은 흡연자의 흡연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금연조치라고 할수 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 국제공항의 흡연구역이다.

우리 공항과 선진각국 공항의 흡연구역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일목요연
하다.

우리 국제공항의 흡연구역시설은 한마디로 흡연자에게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어 금연케 하려는 저의같다.

게다가 이젠 또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서 건강증진기금의 조성방법으로
사실상 흡연자에게 건강부담금을 부과 징수할 모양이다.

국민전체를 위한 사업기금의 재원을 담배에 대한 부담금만으로 조성한다는
것도 불공정한 행위이고 또 그 부담금을 담배사업자에게 부담시킨다고 하지만
그것이 결국 연간 20~30만원 가량의 담배소비세를 물고 있는 흡연자에게
전가될 것을 뻔한 일이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시비를 보면서 과유불급이란 말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