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금융가 없는 런던을 상상해보자.

은행과 증권회사와 증권거래소가 사라진 런던은 침묵의 도시가 될 것이다.

뱅커와 회계사들이 떠난 런던의 팝(선술집)에도 찬바람만 불 것이 분명
하다.

물론 상상속의 얘기지만 런던 시티(금융가 밀집지역)의 요즘 분위기를 보면
완전한 허구로 가볍게 넘길 수도 없다.

시티 일각에서는 오는 99년으로 예정된 유럽통화통합(EMU)에 영국이 불참
하는 것과 관련해 런던 금융가에 어떤 악영향이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럽의 금융중심지라는 런던의 위상이 흔들릴수 있다는
예상은 기우에 불과하다.

런던은 10년전의 빅뱅(대대적인 금융규제완화)에 힘입어 금융기능에 관한
한 파리와 프랑크푸르트를 큰 차로 따돌리고 있다.

빅뱅같은 역사가 있는 한 유럽 금융중심지라는 위상은 확고부동하다는
말이다.

영국이 EMU에 불참하는 사실을 둘러싸고 비관론자들은 유럽통합계획이
매끄럽게 진행된다면 EMU 지역안에 런던을 능가할 새로운 거대한 금융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적으로 "큰 손"들과 은행가들이 한개의 단일 금융센터로 몰릴 것이
뻔하다.

이런 말이 나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 센터로 프랑크푸르트를 연상하게
된다.

프랑크푸르트가 유럽 대륙내 최대 경제국의 "금융 수도"이기 때문이다.

새 단일통화 체제에 필요한 시장규제가 만들어지면 런던이 불리해질 것
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일통화지역내의 결제시스템으로 고안된 TARGET와 관련한 소동이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중앙은행들은 EMU에 불참하는 나라의 은행들에 대해 회원국
은행에 주는 우선적인 혜택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프랑크푸르트가 유럽 비즈니스의 노른자위를 차지한다면 런던의
매력은 사라질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가설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다음의 "이유"들은 왜 그런지를 잘 보여준다.

우선 런던은 그동안 다른 유럽국시장을 지배할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여주었다.

만약 EMU 금융시장이 역외시장으로 형성된다면 단일 거점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통화인 독일 마르크화의 거래 대부분이
런던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독일국채 대부분이 런던에서 거래된다.

도이체방크 등 독일의 대표적인 상업은행들이 런던 시티에 거대한 영업
조직을 구축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런던의 외환시장과 관련 파생상품시장은 예고된 새 단일통화를
요리할 준비를 다 갖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프랑스 등이 차별화안을 들고 나온 TARGET 문제만 보더라도 이 차별화
때문에 런던 은행들이 휘청거릴 가능성은 전무하다.

비회원을 차별한다면 런던 은행들 입장에서는 EMU회원국 은행들과 비교해
결제처리 비용이 약간 더 지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시티에 소재한 은행들이 유럽 단일 통화로
여수신하는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런던의 은행들이 미국의 결제시스템망에 직접 접근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달러화 여수신에 애로사항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런던 금융가에서만 누릴수 있는 장점을 고려하면 TARGET에 바로 접근할
수없어 떠안는 약간의 결제비용 증가가 부담거리로 여겨지지도 않을 것이다.

런던의 경우 세금이 적고 오피스빌딩이 풍족하며 양질의 사무인력이 모여
있는 곳이다.

유럽도시들간 현재의 금융중심지 랭킹이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런던이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금융기관의 비용을 한층 더 줄여
주는 영업환경을 조성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점에서 런던증권거래소가 내년도 가동을 목표로 첨단 컴퓨터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영국중앙은행이 영국국채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거래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아가 보다 과감한 금융규제 완화조치가 취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록 10년전만의 빅뱅만큼 방대한 양의 규제완화는 아닐지라도 작은 뱅은
절실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

"London''s financial future" Oct 26th, 1996 The Economist, London

< 정리=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