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리즘"

마거릿 대처여사가 79년부터 11년간 영국총리로 재임하면서 펼친 일관된
정책기조를 일컫는 말이다.

대처여사는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대표적인 정치가였다.

유럽국가중 처음으로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과감히 추진했고 기업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 경영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주의적 색채에 대응, 영국의 독자노선을 고집한
것도 그녀였다.

대처리즘은 한때 영국병으로 불리던 노사분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성격이 더욱 두드러지게 부각됐다.

파업을 무기로한 노조단체들의 과도한 요구에 대응, 매서운 철퇴를
휘둘렀던 첫번째 총리였기 때문이다.

대처는 영국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취약한 산업경쟁력을 되살리는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었다.

임금인상 등 근로자의 처우개선도 중요하나 경제환경에 맞는 노사관행의
정착이 보다 중요하다는 주장과 주관을 강력히 밀고 나갔다.

이는 대처가 지난 79년 5월 영국 총리로 취임한 직후부터 펼치는 각종
노사정책을 보면 알수 있었다.

우선 대처는 영국의 노사분규가 극심한 이유를 "잘못된" 노조활동의
관행에서 찾았다.

70년대 들어 사양길을 걷고있는 탄광및 철강산업 노조를 중심으로 상호
동조적 시위를 촉발한데 문제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대처는 취임 2개월후인 7월 당시 고용장관인 제임스 프라이오르의
조언을 받아 노조활동을 규제하는 기본 골격을 마련했다.

그 하나는 한사업장에서 분규가 일어나면 다른 사업장에 동조세력을
구하는 이른바 "피켓시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2차적 피켓시위"를
규제하는 것이었다.

또 노조에 가입해야 직장이 보장되는 이른바 클로즈드숍, 그리고 노조
간부들이 자의적으로 파업을 유도하는 관행에도 제동을 걸기로했다.

대처는 노동당은 물론 보수당의 일부 반대에도 불구, 2차 피켓시위와
클로즈드숍의 제한을 담은 "고용법규 1980"을 80년 11월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그리고 82년에는 노조대표 선정및 파업결정시 종업원들의 비밀 투표를
의무화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80년초 국영 철강회사 노조원들은 3개월간 기록적인 장기 파업을 벌였으며
다음해 초에는 철강 철도 탄광 등 3대 기간산업의 노조단체가 연합전선을
구축, 법률폐기를 위한 조직적 시위를 계속했다.

그러나 잇따른 시위여파가 경기를 짓누르며 80년 200만명에 이른 실업자
수가 82년에는 300만명 수준으로 급증, 국민들간 노조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었다.

게다가 81년 전국 노조총회(TUC)에서 사무직및 여성 노동자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강경 노선을 주도해온 철강 석탄등 블루칼러 노조의 세력이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파업건수가 83년 1,221건으로 지난 74년 2,900여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은 그해 총선에서 의석수를 65석 늘리는
대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84년에 접어들면서 탄광 근로자의 감축문제가 제기돼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

석탄위원회 이안 맥그레고의장은 그해 3월 노조지도자들을 만나 2만명의
감원이 불가피한 실정임을 통보했다.

요크셔 노팅엄셔 등 탄광단지를 중심으로 2차시위 금지 등 정부의 각종
고용법규를 무시한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유형충돌까지
일어났다.

불법시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단호했다.

과거와는 달리 철강노조 등 다른 단체들의 지원 시위도 없었다.

정부측은 작업현장에 복귀하는 노조원들에게 연말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당근을 제시, 상당수 노조원들이 이에 동조했다.

정부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 노조측은 결국 얻은것이라곤 하나도 없이
51주간의 장기파업을 끝내야 했다.

대처정부는 이에 그치지않고 이후에도 노조활동을 규제하는 각종 법률을
잇따라 발표하는 "뒷심"을 보였다.

88년 합법적 시위에도 노조원들이 불참할수있는 권리가 주어졌고 90년에는
클로즈드숍 관련 규정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그 결과 79년 1,300만명을 넘어섰던 노조원수가 점차 격감, 최근에는
총근로자의 30% 정도인 800만명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노조 없는 기업이 급증, 임금인상 등을 집단행동에 의존하는
비율이 80년대 75%에서 최근에는 15%로 줄었다고 영국 상공부의 잔 멕닐
노사담당관은 설명했다.

대처리즘을 현시점에서 평가하기는 이르나 노사균형의 추가 노조측에서
고용주측으로 넘어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유럽에서 고용조건이 가장 양호한, 그래서 외국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로환경이 확립될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양당제가 확립된 민주국가에서 한 정당이 17년 집권을 한 것은 영국
보수당뿐입니다.

이는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가 노조의 지나친 시위문화에 얼마나 염증을
느끼고 있었나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입니다"

주영국 대사관의 유영상 상무관은 대처리즘에 대한 영국국민들의 긍정적
평가를 이렇게 표현하고 "우리도 이제 노사문제를 새로이 접근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