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옥이 꿈속에서 본 대로 며칠이 지나자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통령보옥을 찾았다면서 구슬들을 들고 왔다.

가련이 먼저 그 구슬들을 점검하여 가짜로 판명이 나면 호통을 쳐서
돌려보내었지만, 어떤 것은 너무나 정교하게 통령보옥처럼 만들어져 있어
보옥에게 들고 와 감정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들 역시 보옥이 볼 때 모두 가짜들이었다.

가련이 현상문을 써서 붙일 때 통령보옥의 모양을 세세하게 그려놓은
것이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사기를 치도록 충동질을 한 셈이었다.

보옥은 사람들이 들고 오는 구슬을 감정하는 일이 귀찮아 고함을
지르며 발광을 하곤 하였다.

"통령보옥은 이 세상에 없어! 철괴선 신선이 가져갔단 말이야!

내 목숨을 가져가기 전에 먼저 통령보옥을 가져간 거야.

나도 곧 통령보옥을 따라갈 거야.

이제 다시는 사람들이 들고 오는 구슬을 보지 않을 거야"

그러면서 보옥은 온몸에 열이 펄펄 끊으며 앓아 누웠다.

대부인은 저러다가 보옥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가련에게
지시하여 거리에 붙인 현상문들을 도로 떼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집사 내승의 아내를 용하다는 점쟁이에게 보내어 보옥이
통령보옥이 없어도 살아갈 방도가 없는지 알아보도록 하였다.

내승의 아내가 찾아간 점쟁이는 희한하게도 이전에 어느 중이 말한
금과 옥의 인연을 들먹이면서, 옥을 잃어버렸으니 금의 인연으로 보충을
해주면 어느 정도는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점괘를 풀이해주었다.

그렇게 온 집안이 보옥의 통령보옥으로 어수선할때 보옥의 아버지
가정은 황제의 은덕을 입어 강서의 양도지방관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부임 날을 며칠 앞두고 대부인이 아들 가정을 불러 보옥의 일에 대해
의논하였다.

"내 나이 올해가 여든 한 살이 아니냐.

네가 외지로 부임해 간다고 하니 나는 누구를 의지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구나.

네 형이 있다고는 하지만 주색잡기에 여념이 없고 집안 일에는 통
등한하지 않느냐.

게다가 보옥이마저 저렇게 백치가 되어버렸으니 눈앞이 캄캄하구나.

자칫 하다가는 내가 눈을 감기 전에 손자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게
되겠구나.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느냐.

그래서 용하다는 점쟁이에게 물어보니 금의 인연을 가진 처녀와 혼인을
하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금의 인연을 가진 처녀가 누구냐. 설씨댁 보채가 아니냐"

대부인이 한숨을 길게 내쉬는 사이에 가정이 고개를 들어 대부인을
쳐다보니 대부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지 않은가.

어머니의 눈물을 본 가정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아팠다.

오늘따라 어머니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 보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