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가즈오 <일 산업디자인협 회장>

최근 3~4년 동안의 한국 산업디자인 발전상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디자인발전을 위한 체제정비와 투자는 놀라울 정도이며,
그중에서도 최고경영자들의 디자인에 대한 정열은 일본의 기업이나
다자인계도 본받을만 하다.

이는 아마도 한국의 경제인들이 뒤늦게 산업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제시장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열성적으로 산업디자인 개발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산업디자인이 거의 민간중심으로 정착되어 있다.

일본경제의 규모나 특성상 이러한 민간중심체제는 매우 효율적이어서
앞으로도 더욱 발전되어갈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앞서 말했듯이 최근 디자인개발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한국디자인의 중심인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KIDP)의
진흥사업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산업디자인지도사업은 서유럽 국가와 비슷하게 정부가
진흥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한 반면 일본은 행정지도라는 방식을
통해 국내기업을 지원.보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한편 한국의 지도사업은 대만 싱가포르 영국 등의 경우와 같이 매우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KIDP는 유럽등 외국의 디자이너를 초청하여 중소기업에 소개하고 디자인
컨설턴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이 사업에 참여하여 빠른 시일내에 자사의 디자인
개발체제를 정비한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만 한다.

정부의 직접지원은 어디까지나 초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산업디자인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금년 3월에 문을 연 국제산업
디자인대학원(IGSID)을 빼놓을 수 없다.

구미의 뛰어난 교수진과 기법을 도입한 이 대학원의 교육체계는
국제수준으로서 그 성과가 크게 기대되고 있다.

IGSID는 한국의 디자인교육기관에 큰 영향을 주어 교육혁신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와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디자인 교육기관의 체질개선과
리더십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교육상황은 열악하다.

그리고 디자인교육의 발전도 늦어지고 있다.

따라서 IGSID의 개교는 세계각국의 산업디자인 교육에도 큰 자극을
줄 것이 틀림없다.

한국디자인 발전의 기반은 디자인교육 "혁신"에 있다.

매년 3만명이 넘는 한국학생들이 디자인을 배우고 졸업한다고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 교육이 정체되고 이론에 머물러 있다면 현장에서
창의적인 디자이너를 만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산업디자인의 국제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다.

결국 디자이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한국은 디자인교육, 특히
대학의 디자인교육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며, 이를 통해 급속하게 변화
발전하는 세계의 산업디자인 흐름과 호흡을 같이할 유능한 디자이너를 많이
양성해내야 한다.

이밖에 "디자인전문회사" 공인제도와 "초.중.고생전람회"도 한국이
자랑할만한 내용을 갖고 있다.

디자인전문회사의 수준을 정부가 보증하는 제도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기업이 외부에 용역을 주려고 할 때에도 효과적인 제도이다.

이를 통해 전문회사들이 비중있는 큰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하고
국제무대에서의 경험을 쌓아간다면, 한국의 산업디자인 방향은 자연스럽게
교수중심에서 현장의 실무디자이너 중심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디자이너들의 사회.경제적 위상을 높이는데에도
기여하게 된다.

초.중.고생전람회는 어린 학생들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재능을 키워줌으로써 한국디자인의 장래를 밝혀주고 있다.

산업디자인이 젊고 신선한 에너지와 정서를 필요로 하는만큼,
어린시절부터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재능있는 인재를 조기발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 세계의 경제 사회 문화는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디자인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이 세계로 나아가는데에도 디자인은 결정적이다.

그리고 주지하듯이 디자인발전의 열쇠는 디자이너들에게 있다.

디자이너들이 막중한 책임을 지고있는 만큼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언제나 변신 변화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

다소 과장된 표현같지만 디자이너는 상품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그 나라를
선전하고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상품을 구입했을 때,한국의 이미지는 결국 디자인을 통해
발현된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도 한국에는 훌륭한 전통과 따뜻한 인정이 있다.

이것이 창의적인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적인 특징을
지닌 상품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세계인들도 그러한 상품에 공감하게 되고, 한국의 디자인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강력한 호소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