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 제품으로 승부한다"(삼성의 월드베스트전략),
"최고급 제품과 보급형 제품을 동시에 공략한다"(LG의 바이폴라작전),
"소비자 수요가 가장 많은 중간제품이 최대 승부처"(대우의 미들엔드전략).

가전 3사가 독특한 마케팅전략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주요 공략대상 소비자를 차별화하고 여기에 맞춰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타깃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는 것.

타깃 마케팅을 가장 먼저 선언한 기업은 삼성전자.

세계 유명 브랜드와 겨뤄 손색 없는 제품이라는 모토로 "월드베스트"
시리즈를 내놓았다.

독립냉각 방식을 채택한 "독립만세"냉장고를 비롯 화면 편평도를 높이고
화질과 음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명품"TV 등이 대표적인 예다.

월드베스트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내부심사를 거쳐야 한다.

외부 자문위원을 포함한 월드베스트 심사단은 "기술의 독창성"
"판매의 유용성" 등 10여가지 항목을 일일이 실사하고 여기에 통과해야만
"월드베스트"칭호가 주어진다.

삼성은 각 품목별로 월드베스트 시리즈 제품을 한개 이상씩 선보인다는
방침 아래 세탁기 VTR 등 각 사업부별로 전담 개발팀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에서 "가전제품 제값받기 운동"을 펼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여기에 맞불을 지핀 게 LG의 "바이폴라(bi-polar) 작전"이다.

최고가 상품과 최저가 보급형 제품을 동시에 판매해 시장을 양면에서
공략 하겠다는 마케팅 전략이다.

"소비자는 여러 계층이다.

최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보급형 제품만으로 만족하는
층도 있다"(구자홍 LG전자 사장)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예가 전자레인지.

50만원대 이상의 최고급 "인공지능 전자레인지 스페셜"과 10만원대 보급형
전자레인지를 동시에 시판하고 있다.

기능은 똑같은데도 가격에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은 부대 기능의 유무에
따라서다.

복잡한 부대 기능을 없애면 최대한 원가를 줄인 상태에서 우수한 제품이
나올 수 있다.

바이폴라작전의 비결이다.

LG는 전자레인지에 이어 TV VTR 등에도 같은 전략을 적용키로 하고 제품
개발을 구체적으로 진행중이다.

LG의 바이폴라작전과 상반되는 것이 대우의 "미들엔드(middle-end) 전략"
이다.

이는 제품의 기본기능을 충실하고 튼튼하게 한다는 "탱크주의"를 마케팅에
접목시킨 것이다.

양재열 대우전자 사장은 "세계시장을 하이엔드 미들엔드 로엔드 등으로
3분 시켜보면 하이엔드와 로엔드 시장은 각각 10% 미만에 지나지 않는다"며
"따라서 나머지 70~80%는 모두 미들엔드 시장"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미들엔드 전략의 철학이 담겨 있다.

가장 폭넓은 시장층을 공략해 가전제품에 관한한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것.

세계 각국에 세탁기 공장을 세워 전세계 세탁기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이른바 "월드 워셔" 전략도 이의 연장선이다.

서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은 상이한 결과를 빚게 마련이다.

독특한 타깃 마케팅으로 세계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가전 3사의 행보가
이채롭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