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의 후계 구도에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

신격호 롯데그룹회장이 막내 동생인 신준호부회장 이름으로 명의 신탁해둔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터 3천65백평 등 토지 7건을 돌려 달라는 소유권
이전 등지 청구소송을 1일 서울지방법원에 낸 것.

이들 땅은 모두 시가 2백억여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신회장의 법정 소송 제기 사실이 알려지자 이의 배경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롯데의 후계 구도와 관련한 신회장의 그룹 재편 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신회장이 자신의 장녀와 장.차남 등 친자녀들을 후계자로 앉히기 위해
그룹 구도 재편을 추진했고 신부회장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여기엔 신부회장이 지난 2월까지 10여년간 회장으로 재직했던 롯데건설이
돌연 그룹 내부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쌓였을 형제간의 감정 싸움도 작용
했을 것으로 그룹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신회장이 후계 구도를 가시화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말 신회장의 지시로 세븐 일레븐 이사로 있던 신회장의 차남
동빈씨(42)가 그룹 기조실 부사장으로 옮겨오던 때부터다.

당시 재계는 설로만 나돌던 "장남 동주씨(43)가 일본 롯데를 맡고 차남이
한국 롯데를 맡는다"는 예측이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였다.

이런 해석을 가능케 한 또 다른 움직임은 신회장이 지난 1월 26일부터
2월15일 사이 롯데칠성 주식 2만3천6백60주 22억여원어치를 장녀 영자씨
(롯데쇼핑 부사장)와 동주 동빈 등 세 자녀 명의로 사들인 사실이다.

이 때 증권가에선 신회장이 후계 구도 정리 차원에서 세 자녀의 지분을
늘린 것으로 파악했었다.

이밖에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인 노신영전국무총리가 그룹내에서 신회장의
한국내 직무대행자로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
하고 있다.

노이사장은 기조실 부사장을 맡은 차남 동빈씨의 경영 활동을 돕고
신부회장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신부회장은 지난 2월의 정기 인사에서 10여년이상
재직했던 롯데건설에서 햄.우유부회장으로 "격하"돼 경영 핵심에서 멀어진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대두했었다.

게다가 신부회장이 롯데건설 자금 유용사건에 얽힌 것으로 전해져서
형제간의 감정싸움은 더욱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신부회장은 2일 아침 평창동 자택을 출발,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 들렀다
가 곧바로 외출,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신부회장은 땅 소송과 관련 "아버지한테 직접 물려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롯데 그룹은 이번 소송 사태가 역시 형제간의 알력으로 롯데에서
분가해간 신춘호농심그룹회장의 경우 처럼 자칫 그룹의 균열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심상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