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세계화란 단어는 이미 귀에 익은 유행어가 돼버렸다.

통신수단의 혁신적인 발달과 국가간의 인적.물적 교류의 증가로 국경
개념이 희박해지고, 세계 각국은 점차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이에따라 국가나 기업 개인 모두가 국제경쟁력을 길러야 적자생존의 냉엄한
법칙이 지배하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경쟁력을 구성하는 항목은 여러 가지 거창한 것들도 많겠지만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가깝게 피부로 느끼는 요소중의 하나로는 외국어, 특히 세계어인
영어 구사능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해서야 국제무대에서 무슨 비즈니스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특히 새로운 멀티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화상회의등을 통해
상대방 외국인의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조리있고 설득력있게
표현할 수 있는 외국어 구사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다.

외국어 구사능력이 곧 국력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도시
국가 싱가포르가 선진국 대열에 오른 배경에는 국민 모두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과거에 비해 다소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어느 조직에서든 부담없이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겪는 가장 큰 불편중의 하나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영어공부에 쏟는 시간과 정력과 비용을
따지자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 능력은 국제수준에 훨씬 못미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제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우리나라 외국어 교육제도의 혁신은
시급한 과제라 생각된다.

그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고서도 국제무대에서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을 좌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