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말 이후 불안을 보이던 우리나라의 소비자 물가는 91년의 9.3%
상승을 피크로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여왔으며, 지난해엔 4.5%의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우리나라는 물가수준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우리경제가
건실한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선 우리의 물가수준이 더 낮아져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물가인하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물가 수준을 낮추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우리의
독특한 씀씀이 행태에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 첫번째 요인은, 우리나라의 유별난 계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주변엔 여러가지 계나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한 모임을 위해 조성되는 비용은 건전한 목적을 위해 조성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먹고 마시면서 놀기위해 쓰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계나 모임을 통해 조성된 돈은 마치 공돈 같은 생각이
들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한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거리낌 없이
지출된다는데 있다.

둘째로, 접대비에 의한 지출이나 음성적인 소득에 의한 지출 또한
비싼 가격에 관대해지기 쉽다.

따라서 기업 예산에서 차지하는 접대비 부문의 비율을 줄이고 음성적인
소득원을 없애도록 노력하는 것이 물가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로, 물품 구매를 결정할 때 그 물건의 품질보다는 일류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다는 것도 고물가의 한 요인이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일부 계층엔 외국산 유명브랜드에 대한 유별난 선호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선 물건을 고를 때 정보 수집을 통해서 가격을 요모조모
꼼꼼히 따져 보고 결정하는 사람은 쩨쩨한(?) 사람으로 치부되고,고가품에
대해서도 선뜻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이 시원시원하고 통큰 사람으로
간주되는 좋지않은 관습도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우리의 물가 수준을 더 낮추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당연히 지속되어야 하겠지만 소비자 스스로도 씀씀이를 보다
건전하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평소 상품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고 바르게 선택하는 관행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우리 모두가 물가 감시자가 되어 적정수준을 초과한 물가인상에
대해서는 소비자 스스로가 인상품목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다른
품목으로 대체소비하거나 불매 운동을 펴는 등 소비자 보호 운동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