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경기가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때 마진 좋기로 소문이 났던 화장품사업은 수많은 업체가 새로 참여
하면서 유통질서가 문란하기 시작, 아무리 팔아도 남는게 별로 없는 "실속
없는 장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작년 한햇동안 화장품제조업체들은 너나 할것없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야 했다.

20년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오래된 업체들일수록 고통스런 한해를 보내야
했고 신생업체들의 사정은 그나마 좀 나았다.

태평양 한국화장품 라미 피어리스등 4개 상장업체들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보면 경기위축을 실감할수 있다.

한국화장품은 지난 62년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라미화장품은 9,000만원의 손실을 본것으로 나타났다.

피어리스는 7억원의 순익을 남겼지만 전년대비 59%나 감소했다.

태평양의 경우 순익이 65억원으로 지난해 151억원보다 57%나 줄었다.

이들 4개사의 평균 매출신장률 역시 6.7%에 그쳐 지난 94년의 12.5%에
비해 수직으로 하락했다.

간판기업인 태평양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불과 1.4% 늘어나는데 그쳤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라 할수있는 매출액이익률은 지난 94년 2.5%에서
0.6%로 떨어졌다.

1만원짜리 제품을 팔아 겨우 60원을 남긴 셈이다.

특히 1인당 순이익은 지난해 60만원으로 지난 94년의 230만원보다 무려
170만원이나 감소하는 심각한 모습을 드러냈다.

화장품시장 전체규모를 보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전체 생산액은 2조3,853억여원으로 전년의 2조1,347억여원보다
11.7% 증가했다.

생산량은 11억2,290만여개로 전년의 11억4,505만여개보다 2% 줄었다.

제품가격 인상에 따라 전체 금액은 늘었지만 소비량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얘기다.

외국화장품의 수입은 매년 50% 안팎으로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 93년 266개였던 수입업체수가 지난해에는 460개에 달해
내수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가고 있다.

백화점중심으로 영업하던 외국제품들은 이제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코너점등으로 판매망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같은 경기위축속에서도 식품업체 생활용품업체를 비롯 대기업계열사까지
시장에 신규참여하려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익감소와 국제경쟁력실추 소비자신뢰상실등의 폐해를 낳은 것은 결국
과다한 업체가 난립, 원색적인 가격경쟁이 판을 친 때문이다.

제조업체는 제조업체대로, 유통업체는 유통업체대로 덤핑경쟁에 몰두한
결과 공멸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올해들어서 각 업체는 저마다 내실경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업계기상도는
흐림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돼 영업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