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동순영남대교수(국문학)가 근대민족시를
통시적으로 고찰한 연구서"민족시의 정신사"(창작과 비평사간)를 펴냈다.

"민족시의 정신사적 체계를 새롭게 정립해 보려는 욕심에서 책을 내게
됐습니다.

따라서 몇몇 저명한 기성시인에 한정돼 검토돼온 지금까지의 민족시
연구경향에서 벗어나 유명시인들의 작품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않은
무명시인들의 작품들도 발굴, 수록하려고 애썼습니다"

애국계몽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쓰여진 한국
근대민족시를 찬찬히 조망한 이교수는 이책을 통해 종래의 문화이식론과
전통단절론에 입각한 부정적인 연구경향을 극복하고 민족시 정신사의
새로운 질서 및 체계수립을 모색했다.

"민족시는 당대의 민족적 삶이 직면한 모순과 부조리를 재빨리 인식하고
거기에 맞서 저항하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 작품을 말합니다.

이는 일제에 의해 경영된 식민통치 조건과 결부돼 발생한 문학장르의
한 개념이죠.

따라서 익명성으로 인해 오히려 민족정서를 사실적으로 표현할수 있었던
무명시인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절실하다는 생각입니다"

유명 기성시인의 저항적 시작품이 온건하고 소극적인 형태로 표현된데
반해 무명시인들의 저항적 시작품이 상대적으로 강한 현실비판과 부조리
고발, 풍자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자료조사 과정에서 김창술 김소엽 이찬 조벽암 박팔양 권환등과 같은
뛰어난 무명시인을 상당수 찾아냈다는 이교수는 민족시 개념의 재정립을
위해 새로 발굴한 40여 무명시인의 작품을 따로 한권의 책으로 묶어낼
생각이라고.

"민족시의 정신사"가 보여주는 또다른 특징은 가요시를 문학의 한 형태로
인정함으로써 신문학의 범위를 한층 확대한 점이다.

"가요시의 문학사적 의의는 조지훈선생께서 먼저 제기한 부분입니다.

모든 예술분야는 제각기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지니는만큼 가요시의
경우도 긍정적인 면을 가려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교수의 이번 저서는 88년 제출된 박사학위논문을 토대로 10년넘게
자료를 모은 끝에 "일제강점기 가요시에 나타난 현실인식"과 "분단시대의
시정신과 통일지향성" 등의 항목을 보완해 출간됐다.

총5부에 걸쳐 의병항쟁의 시가, 신채호의 작품과 사상, 상해판
"독립신문"에 수록된 시작품, "개벽" 등 식민지 제도권문단의 시작품,
백석 김기림 윤동주의 시정신 등을 통해 민족시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를 차례로 고찰하고있다.

시집 "개밥풀" "봄의 설법" "꿈에 오신 그대"외에 편서 "백석시선집"을
낸 이교수는 백석의 시를 시작활동의 준거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