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정전협정에 따른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유지 및
관리와 관련한 임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반도의 안정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정전협정 체제는 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된 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한반도안정을 유지해온 기본축 역할을 해왔다.

이번 북한의 선언을 남침을 위한 선전포고와 같은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의 속셈이 어떻든 정전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린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북한은 "조선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대변인 명의로 갑작스럽게
이러한 발표를 했으나 올들어"인민무력부"김광진 부부장,러시아주재
손성필 대사 등이 정전체제를 새로운 체제로 바꾸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와 전쟁위협발언을 한바 있어 이번 발표는 준비되고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주장은 지금 비무장지대 남측은 "완충지대로서의 고유한
의무를 완전히 상실"하였으며 "북침을 위한 무장지대와 새로운 공격출발
기지"로 변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마저 북침에 의해 발발한 것이라고 주장해온 그들의 말을
어떻게 새겨들어야 할지 난감해진다.

정전체제 무력화(무력화)기도는 그동안 계속 불거져 나왔다.

앞으로 북한은 비무장지대 내에서 공개적인 군사행동을 하거나 군사작전을
실시,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러한 긴장을 해결하려면 북-미 평화협정
을 체결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측에 인식시키려 할 것이다.

한국정부를 배제하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겠다는 북한의 획책은 협정
체결 요구 상대인 미국은 물론 북에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까지 반대
견해를 밝히고 있는 이상 실현될 수도 없다.

한반도 평화문제는 남북한 당사자가 직접 만나 해결해야 한다는게
주변국의 입장일뿐 아니라 이미 발효된 남북합의서의 정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북한이 이런 일난을 획책하는 속셈은 무엇일까.

전쟁 공포를 심어 체제불안을 희석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불평을
막는다거나, 장래 남북회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 하거나, 우리의
대북정책을 흔들어 국론을 분열시키려 하거나,미국을 평화협정체결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다목적 속셈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현재의 정전협정은 일방적으로 폐기 또는 수정될수 없고 남북한간의
합의를 통해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될 때까지 준수되어야 한다.

북한은 언제나 도발할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다.

우리는 북한의 속셈이 어떻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 당국은 안보 대책회의를 열어 북한의 도발에 대비, 군의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 등 강력 대응키로 하고 있다.

마땅한 일이다.

다시 이 땅에서 전쟁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하지만 북한의 태도와
관계없이 우리측은 정전협정을 준수하면서 남북대화의 길을 계속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만에 하나 미국과 북한이 합의,우리의 뜻과 다른 방향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될 가능성에도 경계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