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 대외경제정책연 연구위원 >

지난 1, 2일 유럽연합(EU) 15개국및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국가연합
(ASEAN) 10개국등 25개국 정상들이 방콕에 모여 제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를 가졌다.

이번 회의는 아시아 유럽의 주요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첫 정상회담이라는
역사 정치 외교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경제적 의미또한 이에못지 않게 매우 크다.

세계경제는 21세기에 들어서도 아시아.미국.유럽의 3대권역에 의해 주도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이들지역을 연결하는 지역간 경제협력의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ASEM은 아시아.유럽간에 상호협력 채널이 처음 개설됐음을 의미한다.

교역.투자증진방안등을 논의, 협력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여타국가들에게도 커다란 변화를 줄 전망이다.

또 그동안 강화되는 듯했던 세계경제의 지역적 분할추세를 방지, 세계
경제의 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ASEM은 우리에게도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먼저 그동안 미국과 일본에 편중돼 있던 통상외교의 지평을 유럽및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시켜주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와의 경제협력 관계 차원을 높여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전방위.
다변화 통상외교의 전략 수행을 측면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와함께 경제적 상호보완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꾀할 수 있다.

특히 이런 효과들을 통해 우리 경제는 한두나라의 경기변동이나 정책변화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체질 선진화를 도모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ASEM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균형적.다각적 통상외교라는 측면에서 보면 유럽과 아시아의 협력확대를
기본 목표로 하는 ASEM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미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와 ASEM을 병렬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APEC에서 현재 진행중인 무역.투자자유화의 범위및 심도등을 ASEM회원국
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ASEM은 단기적으로 경제교류 확대문제가, 중장기적으로는 무역투자자유화
추진문제가 주요 의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요의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정립이 필요할 것이다.

ASEM도 APEC과 마찬가지로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공식기구화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아시아와 유럽국가간의 자유무역지대 협정체결로 발전한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될 경우 우리
국익과 부합하는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ASEM 1차회의를 경제실리에 입각한 균형적인 국가별 대외전략
구축및 종합적인 대지역주의 전략수립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

자본력과 선진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EU국가들과 풍부한 천연.인적자원을
가진 ASEAN국가들은 우리 경제와의 상호보완성이 뛰어나다.

유용한 파트너대상이므로 지역별로 전략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첫째 APEC국가들은 상호보완성이 검증된 중요한 경협파트너이므로 APEC내
에서 우리나라의 주도적 지위를 확보하는게 바람직하다.

둘째 대EU전략은 EU국가들의 자본및 선진기술과 우리의 제조능력을 전략적
으로 제휴, ASEAN이나 중국시장에 공동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EU기업이 우리나라에 쉽게 진출할수 있는 방안도 아울러 세워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EU의 비교우위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한.EU경협을 강화해야
한다.

즉 첨단기술및 신엔지니어링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미.일에 치중된 기술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동아시아 지역 인프라건설에 EU기업들과 공동 참여하는
한편 EU기업들의 고수준 환경관련 기술도입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대ASEAN및 대신흥시장 전략이다.

앞으로 아시아지역 신흥시장에 대한 진출경쟁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ASEAN국가들은 선진국으로부터 자본및 기술도입을 통한 고도성장에
정책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 제휴를 통한 ASEAN및 신흥시장 공동
진출을 꾀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