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직접신문 <>

서울지검 김성호특수3부장검사는 오전 10시32분부터 전두환 전대통령을
상대로 직접신문을 진행했다.

<> 김부장검사 =대통령의 지위와 책무에 대해 말해 보십시오.

<> 전씨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지의 증진에 노력해야할 직책의 수행을 위하여 충정을
다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 김부장검사 =대통령은 국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가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 기업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까.

<> 전씨 =대통령은 국정전반을 총괄하고 국정의 기본방향을 결정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기업활동은 행정부처의 소관사항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은 개별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 김부장검사 =도시 주택 군사시설 도로 항만등에 대한 대형건설과 국토의
균형개발에 관한 정책, 산업구조조정 금융 조세에 관한 정책등에 대해 관계
부처를 감독지시할 수 있지 않습니까.

<> 전씨 =예.

<> 김부장검사 =그런 과정에서 기업활동에 간접적인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전씨 =예.

그렇지만 개별기업에 직접적인 영향력은 미칠 수도 없고 미쳐서도
안됩니다.

<> 김부장검사 =그러나 대형국책사업과 금융지원 등과 관련해 해당관청의
장에 대한 임명권과 감독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만큼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전씨 =그러나 국책사업의 선정과정, 금융.세제지원, 세무사찰 등은
대통령이 단독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 김부장검사 =대통령이 단독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무부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전씨 =본인은 경제분야에 대해서는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무장관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존중했습니다.

따라서 재임기간동안 특정기업에 특혜를 준 일은 없습니다.

<> 김부장검사 =특혜를 주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돈을 받은 사실은
있지요.

<> 전씨 =돈을 받기는 했으나 정치헌금으로 받은 것입니다.

<> 김부장검사 =재임중인 80년11월부터 87년12월 사이 현대, 삼성,
동아그룹등으로부터 총 2백59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 전씨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은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언제 얼마의 돈을 건네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한 시점인 지난 80년에는 일체의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습니다.

80년에도 여러기업체에서 많은 정치자금을 가져오기는 했으나 모두 돌려
보냈습니다.

그러자 기업들 사이에 본인이 좋아하는 기업만 키워준다는 소문으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가 저하되는 등 경제가 침체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경제수석 등을 통해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현재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치자금을 받지 않는 것이라며 가져오지 말라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 김부장검사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 신문
하겠습니다.

현대 정주영회장으로부터 82년12월 청와대에서 10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
87년12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2백2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 전씨 =정주영회장으로부터 재임기간 동안 돈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정확한 액수등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또한 공소사실 가운데 인근 안가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돼있는데 재임중
기업인을 안가에서 전혀 만난 사실이 없으며 돈을 받은 일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청와대 집무실과 서재 등에서 받았습니다.

<> 김부장검사 =총 2백20억원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까.

<> 전씨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김부장검사 =주로 연말에 받은 것으로 돼있는데.

<> 전씨 =주로 추석과 연말에 받거나 총선과 대선자금으로 받았습니다.

<> 김부장검사 =기업의 입장에서는 잘 봐달라는 취지가 있는 것 아닙니까.

<> 전씨 =그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의 입장
에서는 정차지금이 필요해서 받은 것일뿐입니다.

정회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인물입니다.

그런 분이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내면서 잘 봐달라고 청탁을 했겠습니까.

정회장은 조건을 걸고 돈을 내는 그런 무능한 기업인이 아닙니다.

<> 김부장검사 =그런 뜻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결국 정회장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 전씨 =본인이 그사람의 속까지 들여다 볼 수 없는 만큼 모르겠습니다.
(방청석 웃음)

<> 김부장검사 =삼성그룹 이병철회장으로부터 지난 83년12월 청와대에서
10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87년10월까지 8차례에 걸쳐 2백2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 전씨 =정치자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액수나 시기 등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회장의 경우 연세도 아버지와 같은 연배인데다 대단히 자존심이 강한
분이어서 재임기간동안 몇번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이회장은 사실 대통령 만나기보다 힘든 분입니다.

그래서 8차례나 만났다는 것도 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만나서 돈을 받은 사실은 있습니다.

<> 김부장검사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 돼서 그렇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횟수가 많아서 그렇다는 것입니까.

<> 전씨 =두가지 모두입니다.

<> 김부장검사 =동아그룹 최원석회장으로부터 지난 84년12월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50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87년9월까지 4차례에 걸쳐 1백8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 전씨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84,85년의 경우는 총선을 대비해서 받은 것입니다.

그러나 안가에서 받은 사실은 없고 아마도 상춘재에서 받은 것을 최회장이
착각하는것 같습니다.

<> 김부장검사 =85년12월 안가에서(최회장이 안가라고 했습니다) 최회장
으로부터 50억원을 받으면서 제1차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주했다는 내용의
말을 들은 일이 있지요.

<> 전씨 =경제수석으로부터 동아그룹이 리비아에서 어려운 공사를 수주해
장하다는 보고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 김부장검사 =이때 최회장이 2차 대수로공사에 우리나라 경쟁사들이
참여하려고 하니 이를 막아달라는 부탁도 함께 하지 않았습니까.

<> 전씨 =최회장은 당시 젊은 기업인으로 비교적 똑똑하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 최회장이 무례하게 대통령에게 그같은 부탁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깐깐하다는 리비아의 카다피대통령이 한국정부의 말을 듣겠습니까.

<> 김부장검사 =리비아정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경쟁기업들의 참여
를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일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 전씨 =없습니다.

<> 김부장검사 =최회장은 검찰에서 당시 독대하는 자리에서 2차 대수로
공사에 국내 다른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니 이를 막아달라고
하자 피고인이 잘 알았다고 했다고 진술했는데.

<> 전씨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김부장검사 =그럼 그같은 말은 전혀 들은 일이 없습니까.

<> 전씨 =다른 자리에서 만나서 잘돼가느냐, 어려운 일이 없느냐는 등의
말을 한 사실은 있으나 그같은 말은 들은 사실이 없습니다.

<> 김부장검사 =86년 다시 50억원을 받으면서 동아건설이 대단위 농업단지
를 조성하기 위해 매립한 인천시 원창동 1천1백만평의 토지에 대해 환경청
에서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한다며 정부에서 모두 매입하려고 했다는데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 전씨 =모르겠습니다.

<> 김부장검사 =최회장이 당시 일부는 정부에 매각하고 나머지는 동아그룹
의 요구대로 사용할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는데.

<> 전씨 =전혀 모르겠습니다.

<> 김부장검사 =당시 환경청에서 여러기관에 압력을 넣고 있는데 너무
심하지 않으냐며 그 가운데 절반만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하도록 해달라고
해서 결국 6백만평만 매각할수 있었다는데.

<> 전씨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김부장검사 =한진그룹 조중훈회장은 지난 80년11월 청와대 인근 안가
에서 10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87년까지 5차례에 걸쳐 1백6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 전씨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돈을 받은 일은 있습니다.

그러나 방금전에도 말했듯이 80년도에는 전혀 정치헌금을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 김부장검사 =80년11월께 청와대 안가에서 한진그룹 조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당시 김포공항에서 KE015 여객기 추락을 해명하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죄송하다며 앞으로 이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는데.

<> 전씨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당시 KAL기 추락이 문제가 있다면 관련 법규에 따라 처리될 사안이지
대통령에게 부탁한다고 될 성질의 일은 아닙니다.

<> 김부장검사 =당시 조종사와 스튜어디스가 사망했다는데.

<> 전씨 =기억나지 않습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