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대통령비자금사건에 대한 첫공판이 열린 26일 오전 법원주변은
노태우 전대통령비자금사건 공판때와 마찬가지로 경찰및 법원 경비요원들의
삼엄한 경비와 내외신기자들의 취재경쟁으로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5공당시 민주화를 부르짓다 희생된 가족들과 재야시민단체회원들이
전씨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방청권 암거래 가격이 장당
50만원까지 치솟는 등 국민들의 높은 관심도를 나타냈다.

<>.전씨는 이날 오전 국립경찰병원 7102호 병실에서 수의로 갈아입은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병원 왼편 연금매장 지하주차장에 대기중이던
경기6도 1006호 11인승 호송승합자를 타고 오전8시57분께 병원을 출발.

전씨를 태운차는 검은색 지프차와 교도관들이 탄 승합차, 전경들이 탄
버스 등의 호위를 받으며 가락동 사거리-양재대로-양재IC-양재로터리-남부
터미널-교대지하철역을 거쳐 출발20분만인 오전9시17분께 서울지법 정문을
통과.

경찰은 이날 호송차량의 신속한 통과를 위해 신호등을 개방하는등 등의
조치를 취해 시속 90Km의 속도로 예상보다 빠른 시간내에 법원에 도착.

<>.전씨는 호송차에서 내린뒤 팔장을 끼지 않고 양옆에 교도관 2명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치하구치감으로 발을 옮겼다.

전씨는 호송통로로 걸어 들어가면서 기자들이 "건강상태는 어떤가"하고
묻자 기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린채 "좋다"고 들릴듯 말듯 말하는 한편
미소까지 짓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전씨는 지하구치감 바로 앞에서는 뒤쫓아 오는 촬영기자들을 향해 왼손을
치켜올리는 등 노태우씨의 출정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 이를
지켜본 법원직원및 취재진사이에서는 "경찰병원 의료진의 설명과는 달리
건강상태가 매우 양호한것 같다"며 놀라는 기색.

<>.이날 오전9시15분께 전씨의 차남 재용씨가 형 재국씨, 동생 재만씨와
함께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법원정문을 지나 청사로 걸어가던중 고
박종철군의 아버지 박정기씨(68)가 던진 계란에 왼쪽 이마를 맞아 박씨와
경호원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박씨는 "너희 아버지에게 잘못한 것을 빌고 법의 엄한 심판을 받으라고
말하라"고 고함을 질렀으며 경호원이 "이자식이"라며 제지하자 주머니에서
계란 두개를 꺼내 전씨형제에게 던졌다.

박씨와 함께 있었던 고 강경대군의 아버지 강민조씨도 2분뒤 전씨 호송차가
법원정문에 들어서자 계란 한개를 호송차 앞유리에 투척.

또 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상임의장 이창복)소속 회원20여명은 이날
오전9시30분께 전씨등 쿠데타세력의 전원처벌을 요구하며 시위을 벌였으며
고 이한열군의 어머니 배은심씨(58)와 전전대협의장 임종석씨 어머니
김정숙씨(58) 등 민주화 가족운동협의회회원 10여명도 법원으로 들어가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등 실랭이.

<>.경찰은 이날 경찰병원과 법원주변에 모두 17개중대 2천여명의 병력을
배치하는 등 물샐틈없는 경비.

경찰은 이날 오전 경찰병원 외곽과 내부에 모두 7개중대 8백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병원 현관문을 폐쇄한채 내부에 사복경찰 1백여명을 배치했으며
응급실 출입문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인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

경찰은 특히 전씨를 태운차가 나온 연금매장 지하주차장 부근에서 병원
정문까지 2미터 간격으로 의경을 도열시키는 등 삼엄한 경비.

<>.전씨의 첫공판을 보기위한 방청권 암거래 가격이 노태우 전대통령때보다
20만원가량 오른 것으로 파악돼 이번 재판에 쏠린 관심을 간접적으로 반영.

25일 오전부터 서초동 서울지법 정문앞에서 밤을 새웠다는 한 심부름센터
직원은 "노씨 공판때 보다 20여만원 가량오른 장당 5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며 "줄을선 사람들 대부분이 전씨 측근인사나 재벌기업 비서실의
용역의뢰를 받은 사람들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원들에게 대검으로 어깨를
찔렸다는 백순이씨(56.여)는 "광주학살의 원흉인 전씨가 어떤 모습으로
재판에 임하는지 보고 싶어 밤을 새우며 기다렸다"며 한마디.

<>.이날 오전 전씨의 연희동 자택에는 재만씨 등 아들 3명이 아버지의
재판과정을 지켜보기위해 법원으로 떠난뒤 부인 이순자씨만 남아 초조하게
집을 지켰다.

연희동측은 "법원에서 가족에게 방청권 4장을 배부했으나 그중 1장은
이씨의 불참으로 쓸모없게 됐다"면서 "이씨는 남편의 구속당시보다 건강이
많이 좋아져 거의 매일 병원면회를 다녀오곤 했지만 오늘은 첫재판에 대한
부담때문인지 요며칠새 얼굴이 많이 핼쓱해진 편"이라고 설명.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