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환 <국토개발연 연구위원>

지난 몇년간 계속된 부동산경기침체로 인하여 집값 땅값이 바닥을
헤매고 있으며 빠른 시일내에 부동산경기가 크게 호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때문에 지어놓은 집을 팔지못한 주택업체는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반면 주택의 투자매력이 사라짐에 따라 대체수요인 전세값은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주택경기의 지나친 침체는 주택업체의 경영위축을 초래, 주택공급의
안정된 기반을 흔들어 놓을수도 있다.

이때문에 정책당국에서는 주택업계의 경영난을 완화하고 주택산업의
건전한 육성을 위하여 주택시장안정대책을 지난해 10월과 금년초에 걸쳐
두차례 내놓은 바 있다.

아직까지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경기는 전반적으로 여전히 침체상태에
놓여있으며 금년부터 부동산실명제가 본격 실시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총선 등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여러가지 환경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년의 주택이나 토지시장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경기는 기본적으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바람직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집값 땅값 상승이 투기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이러한 요인들은 크게 경제적 상황과 정책에 의해 좌우되어 왔으며
부동산경기 전망도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먼저 경제상황을 살펴보면 일반경기는 지난해 가을을 정점으로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며 시장자금흐름 등을 감안하면 경제적 요인이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다 부동산실명제 토지전산화 등은 투기적 수요를 차단시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금년의 주택이나 토지시장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안정국면을
유지할 것이며 지역적 또는 부동산유형별로 부분적인 회복을 나타낼
가능성이 많다.

주택의 경우 주택시장안정대책 등에 힘입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주택경기 장기침체에 따른 바닥권인식 확산과 시장안정대책이 맞물리게
되면 지금과 같은 침체상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몇년간 꾸준히 상승한 전세값도 주택수요를 늘어나게할
전망이다.

연초에 1,600가구에 달하던 서울지역 미분양아파트가 500가구 정도로
줄어들었으며 수도권에서도 완공되었거나 입주가 임박한 미분양아파트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미분양주택 구입에 대한 여러가지 세제 금융혜택을 고려하면 남의 집에
세들어 살기보다는 미분양주택을 구입하는 편이 경제적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금년의 주택시장은 미분양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서울 등
일부지역의 주택거래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점차 회복되면서 지난해의
극심한 침체상태를 벗어날것으로 전망된다.

토지는 부동산실명제의 영향을 직접 받게되므로 전반적인 안정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투자가 매매차익보다는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으므로 지역개발지역이나 대도시주변 등 개발대상지역 토지는
거래가 점차 활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