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초 우리나라가 산업화의 첫발을 내딛던 때부터 공업한국의 기틀을
다지기까지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경제비사 "한국형 경제건설"
(기아경제연구소간) 1권이 나왔다.

60~70년대 상공부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경제개발과 관련된 각종 정책
입안과 실무를 담당한 오원철 기아경제연구소상임고문(68)이 92년7월부터
94년4월까지 한국경제신문에 연재한 "산업전략군단사" 시리즈를 수정,
보완해 펴낸 전 4권중 첫권이 간행된 것.

오고문은 "연재당시는 물론 책이 나오자마자 독자들이 유익하고 재미있다고
전화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 70년대이후 중화학공업 육성과
함께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시기도 정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나온 한국경제성장관련서들이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발전과정을
담고 있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기존의 책에는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주요 경제정책의 결정과정이나
공업분야 사업장의 건설과 운영, 당시 경제건설을 담당했던 인물들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힘들고 고달팠던 경제건설과정을 후세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픈 욕심에
책을 펴내게 됐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산업화과정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그간 격변을 거듭한
현대정치사로 인해 소홀히 취급돼온 감이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서 당시 정책수립시의 각종 자료와 실현과정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정리한 이책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전단계를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로서 손색이 없다.

또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이론적으로 나열한 지금까지의 교과서적
간행물과 달리 당시 주역들의 면면과 시대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기억에 한계가 있어 당시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당시 관련자들을 만나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시대상황을 정확히 담아내기 위해 당시 관료들이 자주 출입하던 술집과
개개인의 음주행태를 묘사하기도 했는데 당사자들이 정중히 항의하며 삭제를
요구하더군요"

"한국형 경제건설"의 제1권에는 공업화의 태동, 비료공업 전개, 수출
제일주의 추진에서 비롯되는 섬유공업의 성장, 2권에는 중소기업의 육성과
60년대 공업정책, 3권에는 석유화학시대의 개막, 한국의 산업혁명, 전자
공업의 육성, 4권에는 자동차공업의 발전과정을 담았다.

또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70년대 경제성장과 방위산업부문을 따로
정리, 전8권 정도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오고문은 황해도 풍천 태생으로 61년부터 상공부 화학과장 공업제1국장
기회관리실장등을 거쳐 71~79년 청와대 경제제2수석비서관을 지낸 한국경제
발전의 산증인.

92년2월부터 기아경제연구소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