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회 임시국회가 지난 27일 폐회, 14대 국회는 사실상 그 활동을 마감
했다.

시행된지 1개월도 안된 올해 소득세법에 매우 큰 결함이 있다는게 회기중에
드러났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국회의원이나 정부관계자나 이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전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법률보다 중요성이
더한 세법이 입법 과정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한
단면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행정 편의주의가 겹쳐 "문제있는 세법"이
양산되고 있는게 우리들의 현실이다.

고소득층의 세금부담은 작년보다 줄고 저소득층은 늘어나게 돼있는 올해
소득세법은 작년과 재작년 정기국회에서 개정된 것이다.

시행되기전 문제점을 파악할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으나 최저세율을
5%에서 10%로 올리면 당연히 나타날 하위계층의 세부담증가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

퇴직금에대한 세금도 크게 늘게 돼있다.

전반적으로 세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세법을 고치면서 특정계층 특정
소득, 그것도 가장 먼저 경감해줘야 할 최저 소득계층과 퇴직소득에 대해
세금부담을 늘릴 수는 없다.

세제당국자 자신들도 그럴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게 되고 말았다.

소득세법의 문제점이 드러난후 보여준 당국자들의 무성의는 더욱
실망스럽다.

올해중 개정, 소급 시행하면될 것으로 보는 당국자들의 "여유"는 잘못이다.

빨라야 5월에나 가능할 15대 국회로 세법개정이 미뤄짐에 따라 그 사이에
퇴직하게 될 사람들을 비롯 적지 않은 납세자들이 어쩔 수 없이 불이익을
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세법"으로 인한 피해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주부터 행정심판이 재개된 토지초과이득와 관련해서도 있다.

"미실현 이득에 대한 세금부과는 잘못"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토초세법
헌법불합치 결정과 "소송을 제기한 납세자에게는 개정된 토초세법을 적용
해야한다"는 대법원판결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는 납세자는 이미 소송
(행정심판포함)을 제기한 1,700명에 그친다.

전체 과세대상자 9만명중 0.2% 미만이다.

세금부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조용한 절대다수"는 제 밥을 찾아먹지
못한 자, 이른바 "권리위에 잠잔 자"로 분류돼 아무런 구제책이 없다.

똑같은 토지초과이득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기초공제(200만원)에 낮은
세율을,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셈이다.

"법집행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줄 수 밖에 없다는게 세제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피해를 입은 납세자 입장에서 보면 오만한 행정편의주의적
사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잘못된 세법"으로 원인행위를 제공한 당국자들이 억울한 납세자에게
떳떳하게 할말은 아무 것도 없다.

할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과오를 시정하고 가급적 간편하게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