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지 생산품 수출제동 우려 .. 미, 한국산 TV 조사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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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박영배특파원]
한동안 수그러드는 듯 했던 미국의 대한통상압력이 다시 거세어지고 있다.
자동차 통신장비 등에 대한 추가 개방요구에 이어 이번에는 "컬러TV 우회
덤핑수출 제동"이라는 새로운 메뉴를 들고 나왔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한국산 컬러TV의 대미 우회수출 혐의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고 연방 관보를 통해 공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미한국대사관은 물론 현지 한국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상무부가 결정한 우회수출 조사 내역은 간단하다.
삼성 LG 대우 등 한국의 가전3사가 멕시코 태국 등을 통해 미국에 컬러TV를
우회 수출하고 있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8월 미국 IBEW(전기산업 노동자 국제연대) 등 컬러TV 관련 노동조합이
같은 내용으로 우회덤핑 청원을 미상무부에 제소한데 대해 5개월만에 입장을
정리한 셈이다.
그러나 "조사 개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간단치 않다.
일단 미상무부는 "조사 개시후 3백일 이내에 우회수출 여부 및 그에 따른
반덤핑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올 10월중 조사결과에
대한 뚜껑을 연다는 목표아래 조사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만약 미상무부가 우회혐의 예비판정을 내릴 경우 상황은 여간 복잡해지지
않을게 분명하다.
당장 멕시코와 태국 등에서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의 컬러TV 대미수출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이미 한국산 컬러TV의 대미수출은 반덤핑 그물에 걸려 전면 중단돼 있는
상태다.
그 그물을 피하기 위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멕시코 등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는데 그것마저 규제의 칼날을 맞게 된다면 한국 가전업체들이 설 땅은
극도록 좁혀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원하는 공식적인 "해결책"은 제3국산 제품이 명실상부한 해당
국가산으로 인정받게끔 부품조달 등을 현지에서 해결하라는 것일게 틀림
없다.
그러나 현지의 조악한 부품품질 등을 감안할 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내 부품업체를 일시에 대거 동반 진출시키기에는 투자부담이
만만치 않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정부와 해당업체들이 "불가피한 현실"을 당당한 논리로 전개해 미국측
을 설득시키는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점에 있어서는 한국으로서도 할 말이 많다.
우선 우회수출이란 개념 자체가 분명치 않다.
미국이 정의조차 확실치 않은 개념을 갖고 한국기업들에 "딴죽"을 건 점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작년초 개정한 관세법 제7편 781조에서 우회수출에 대해 1제3국
공정이 극히 부분적이거나 사소(minor or insignificant)하고 2반덤핑관세
명령대상 국가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부품의 가치가 완성품 가액의 상당
(considerable) 부분을 차지하며 3우회방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상무부가 판단하는 경우 이를 규제토록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을 실제로 적용하는 데는 국제적으로 적잖은 문제가
노정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부터 발효된 WTO(세계무역기구)협정문에 우회수출 규제에
대한 조항이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특정국가가 일방적으로 우회덤핑을 문제삼는 것은 WTO정신에
어긋나는 처사"(이석영 주미상무관)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 관세법 조항 자체도 객관적으로 우회덤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수치상의 기준이 없이 "부분적" "사소한" "상당한" 등 자의적 해석의
소지가 있는 형용사만을 나열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처럼 모호한 우회수출 문제를 다국간에
어떻게 정의하고 규율할 것인가를 WTO차원에서 올 6월말까지 재논의키로
한 바 있다.
이 협상에는 한국도 참여한다.
미국의 "독단"을 저지할 수 있는 국제무대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미국이 우회수출 근거지역으로 문제삼은 멕시코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에 따라 경제적으로 미국과 국경을 없앤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만드는 제품을 우회덤핑 품목으로 규제한다는 건 멕시코
로서도 사활의 문제가 된다.
한국으로서는 멕시코와의 공동 대응체제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미국이 던진 이번 주사위는 "WTO체제가 출범한 뒤 외국을 겨냥한 첫 우회
덤핑 규제카드라는 점에서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절대 필요하다"
(최군식 삼성전자 이사).
이 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미국에 대해서는 물론 전자레인지 등에 대해
한국업계를 우회덤핑으로 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EU(유럽연합)와의 문제를
푸는데도 하나의 준거가 될 전망이다.
폭설과 폭우가 교차하는 이상한파속에서 주미대사관과 한국기업들은 열전을
치를 준비에 부산해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
한동안 수그러드는 듯 했던 미국의 대한통상압력이 다시 거세어지고 있다.
자동차 통신장비 등에 대한 추가 개방요구에 이어 이번에는 "컬러TV 우회
덤핑수출 제동"이라는 새로운 메뉴를 들고 나왔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한국산 컬러TV의 대미 우회수출 혐의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고 연방 관보를 통해 공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미한국대사관은 물론 현지 한국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상무부가 결정한 우회수출 조사 내역은 간단하다.
삼성 LG 대우 등 한국의 가전3사가 멕시코 태국 등을 통해 미국에 컬러TV를
우회 수출하고 있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8월 미국 IBEW(전기산업 노동자 국제연대) 등 컬러TV 관련 노동조합이
같은 내용으로 우회덤핑 청원을 미상무부에 제소한데 대해 5개월만에 입장을
정리한 셈이다.
그러나 "조사 개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간단치 않다.
일단 미상무부는 "조사 개시후 3백일 이내에 우회수출 여부 및 그에 따른
반덤핑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올 10월중 조사결과에
대한 뚜껑을 연다는 목표아래 조사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만약 미상무부가 우회혐의 예비판정을 내릴 경우 상황은 여간 복잡해지지
않을게 분명하다.
당장 멕시코와 태국 등에서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의 컬러TV 대미수출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이미 한국산 컬러TV의 대미수출은 반덤핑 그물에 걸려 전면 중단돼 있는
상태다.
그 그물을 피하기 위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멕시코 등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는데 그것마저 규제의 칼날을 맞게 된다면 한국 가전업체들이 설 땅은
극도록 좁혀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원하는 공식적인 "해결책"은 제3국산 제품이 명실상부한 해당
국가산으로 인정받게끔 부품조달 등을 현지에서 해결하라는 것일게 틀림
없다.
그러나 현지의 조악한 부품품질 등을 감안할 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내 부품업체를 일시에 대거 동반 진출시키기에는 투자부담이
만만치 않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정부와 해당업체들이 "불가피한 현실"을 당당한 논리로 전개해 미국측
을 설득시키는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점에 있어서는 한국으로서도 할 말이 많다.
우선 우회수출이란 개념 자체가 분명치 않다.
미국이 정의조차 확실치 않은 개념을 갖고 한국기업들에 "딴죽"을 건 점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작년초 개정한 관세법 제7편 781조에서 우회수출에 대해 1제3국
공정이 극히 부분적이거나 사소(minor or insignificant)하고 2반덤핑관세
명령대상 국가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부품의 가치가 완성품 가액의 상당
(considerable) 부분을 차지하며 3우회방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상무부가 판단하는 경우 이를 규제토록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을 실제로 적용하는 데는 국제적으로 적잖은 문제가
노정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부터 발효된 WTO(세계무역기구)협정문에 우회수출 규제에
대한 조항이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특정국가가 일방적으로 우회덤핑을 문제삼는 것은 WTO정신에
어긋나는 처사"(이석영 주미상무관)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 관세법 조항 자체도 객관적으로 우회덤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수치상의 기준이 없이 "부분적" "사소한" "상당한" 등 자의적 해석의
소지가 있는 형용사만을 나열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처럼 모호한 우회수출 문제를 다국간에
어떻게 정의하고 규율할 것인가를 WTO차원에서 올 6월말까지 재논의키로
한 바 있다.
이 협상에는 한국도 참여한다.
미국의 "독단"을 저지할 수 있는 국제무대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미국이 우회수출 근거지역으로 문제삼은 멕시코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에 따라 경제적으로 미국과 국경을 없앤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만드는 제품을 우회덤핑 품목으로 규제한다는 건 멕시코
로서도 사활의 문제가 된다.
한국으로서는 멕시코와의 공동 대응체제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미국이 던진 이번 주사위는 "WTO체제가 출범한 뒤 외국을 겨냥한 첫 우회
덤핑 규제카드라는 점에서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절대 필요하다"
(최군식 삼성전자 이사).
이 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미국에 대해서는 물론 전자레인지 등에 대해
한국업계를 우회덤핑으로 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EU(유럽연합)와의 문제를
푸는데도 하나의 준거가 될 전망이다.
폭설과 폭우가 교차하는 이상한파속에서 주미대사관과 한국기업들은 열전을
치를 준비에 부산해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