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은 불과(?)4천3백94억원.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의 매출액에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국내업체뿐 아니라 IBM 휴렛팩커드 등 세계적인
PC(개인용컴퓨터)메이커들이 할거하고 있는 국내 컴퓨터시장에서 당당히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 80년 자본금 1천만원에 5명의 직원들로 출발한 짧은 역사에 비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결은 제조현장인 공장혁신에서 비롯된다.
이 공장의 정문에는 "95년은 Q.C.D.경쟁력 완성의 해"라는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품질(Quality) 비용(Cost) 납기(Delivery)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선진업체로 발돋움하자는 얘기다.
이 공장은 먼저 공정 리드타임을 단축해 적기에 제품을 내놓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공정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 버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완성된 컴퓨터를 켜 놓은 상태에서 하루나 이틀간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제품의 이상유무를 검정하는 "에이징공정"을 단 2시간으로 과감하게
줄였다.
물론 품질에 자신이 없으면 취할 수 없는 조치다.
이 공장은 이어 PC의 핵심부품인 마더보드(MB)를 섭씨 50도의 온도에서
24시간 가열시키는 번인(Burn-in)공정을 없앴다.
"컴퓨터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시장수요 곧 소비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해 가능한한 빠른 시간내에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느냐
하는 것"(류기철생산기획부장)
이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PC를 공급받는 IBM에서도
처음에는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검사시간을 줄이는 데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면서 리드타임이 짧아진 데
대해 만족을 표시한다.
유부장은 이에 대해 "납품업체와 유기적인 협조아래 품질완벽에 만전을
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대만의 PC메이커들도 아직 시도하지
못한 과감한 공정단축"이라고 말했다.
짧아진 리드타임을 바탕으로 이 공장은 PC의 핵심부품인 마더보드의
표준화에도 착수했다.
과거 용도별로 각기 따로 제작하던 방식에서 메인보드 하나만 만들고
여기에 하드디스크드라이버(HDD) 플로피디스크드라이버(FDD) D-램
중앙처리장치(CPU)등 주변장치를 부착해 용도별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
공정단축 및 마더보드의 표준화로 이 공장은 신제품 개발시간을 과거
15일에서 절반수준인 7일로 줄일 수 있었다.
앞으로는 4일로 단축시킨다는 게 이 공장의 목표다.
생산성은 30%나 향상됐다.
이 공장의 신생산혁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기존의 컨베이어에 의한 생산방식에서 셀(Cell)방식으로의
전환을 계획중이다.
3~4명의 숙련공들이 분리된 방(셀)에서 완제품을 양산하는 셀방식은
현재 미컴팩사 등 세계적으로도 일부 업체들만이 도입하고 있는 미래형
생산방식이다.
대량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게 컨베이어방식이라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셀방식이다.
"셀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부품의 모듈화와 바코드화가
이미 완료돼 있으므로 올해부터 시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이필상
부사장)
올해 창립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달성의 꿈을 목표로 하는 삼보컴퓨터의
혁신바람은 지금도 공장 곳곳에서 한창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