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영 < 미하워드대교수/경제학 >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연간
교역규모도 22,500억달러를 웃돌았다고 추정되고 있다.

우리경제의 규모가 확대되고 국민들의 소득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경제가 선진경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먼저 양적인 측면에서 성장잠재력이 확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동인구 증가의 둔화, 인구구성의 노령화, 취약한 사회간접자본과 정부의
각종규제 등으로 인해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2000년대에 가서는 잠재 경제
성장률이 6%수준으로 하락될 것으로 보인다.

잠재성장률이 현재와 같은 7~8%수준에서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선 총요소
생산성을 높이는 게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정책이 자생적 기술혁신, 인간자본 축적, 정부의 효율적 운용과
규제완화를 통해 총요소 생산성의 증대를 가져 오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문화와 교육욕구의 미흡한 만족, 교통난 격심한 환경오염과 사회후생시설의
미비에서 볼 수 있는 바와같이 우리경제는 질적인 면에서 개도국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개발초기엔 양적 성장에 치중하지 않을수 없지만 선진경제로 진입
하는 단계에서는 질적 성장, 즉 삶의 질 향상이 경제정책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경제가 세계화하고 선진국 경제로 변천한다는 것은 양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에서 삶의 질이 높은 경제가 된다는 것이다.

삶의 질이 낮은 경제는 물질적으로 부유할지라도 선진국 경제가 아닌
것이다.

때마침 대통령의 직속의 사회복지 수석이라는 자리를 새로 마련하고,
대통령의 연구 국정연설에서도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부도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참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단시일 내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희망해서는 안된다.

구호로써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정책수단과 방법을 하나하나 따져
가며, 효율적인 수단을 선택하고 일관성 있게 꾸준히 시행하는 것외에는
별다른 묘안이 없는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제정책의 시행에 있어서는 양적성장 정책수행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제의 양적성장을 위한 기본원칙의 실정은 물론 중앙정부의 몫이라
하겠지만,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구체적 정책수행을 집행하는 데는 지방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자기지방의 현실과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중앙정부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알고 또 그렇게 할 정치적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 정부의 현 위상을 보면 지방정부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시민의 생활의 질과 관련된 지출과 선진국 단계에 있을 때 기대되는
지출액이 어느정도인가를 규정하기는 쉽지 않으나 간단히 자원의 투입면을
중심으로 서울 시정의 현수준을 평가해 보기로 한다.

서울시 행정의 투입자원 규모는 예산과 공무원수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인데, 93년 현재 서울시민 1인당 총지출 예산은 약 66만원(8백17달러)이고
시민 1천명당 공무원 수는 4.9명이다.

수도이고 인구집중이 심하다는 면에서 서울과 비슷한 특성을 갖는 동경과
대북의 시민 1인당 지출예산은 8천7백86달러와 1천7백달러로 각각 서울의
10.8배와 2.1배에 달한다.

그리고 시민 1천명당 공무원 수도 동경이 16.8명, 대북이 8명으로 각각
서울의 3.4배와 1.6배에 이른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아 서울시의 처분가능한 재원이 낮고 서울시가 시민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원과 공무원 수의 증대가
필요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서울시가 시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서울시의 예산이 늘어야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현재 서울시의 예산대비 부채비율이 50%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서울시의
세입이 증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세입구조와 관련된 법령과 제도개선이
있어야 한다.

지방세수입의 주종은 재산취득세 등기세 재산세와 담배소비세인데 이들
지방세는 서울시민의 소득수준과는 큰 관계가 없으며, 저소득층 시민이
불공평하게 많은 세금 부담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세제가 소득세 성격을 갖도록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서울시가 인접한 도시주민의 편의를 위한 사업 예를들면 지하철공사는
중앙정부가 해야 할 사업을 대행하는 것과 같으므로 중앙정부가 그와 같은
사업추진에 상응하는 만큼의 양여금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은 중앙저부와 지방정부의 상호 협조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지방정부가 맡은 국민의 삶의 질 개선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데 필요한
세입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세제개편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