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해년 한해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이 다소 진부한 표현일지는 몰라도 금년 한해는 다른
어느해보다도 국내외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한해로 기억될것 같다.

국제적으로는 세계경제를 하나의 단일시장경제로 묶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출범, 이에따라 개별국가간 치열한 시장개방
압력과 방어라는 갈등현상이 나타나기도 했고 역내국가들간의 배타적 경제
이익을 형성하기 위한 지역블럭화 형성도 심화된 한해였다.

또한 금년도 예외없이 세계 곳곳에서 인종과 종교, 그리고 정치적 신념등의
차이로 전쟁과 테러가 끊임없이 발생했던 얼룩진 한해였다.

국내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세계화와 경쟁력 제고가 국정의 주요 실천과제로 등장하였으며 이에따라
각종제도와 관행의 정비, 규제완화정책등이 추진되었다.

사회 경제 교육 문화등 사회곳곳에도 세계화 열풍이 휩쓸었다.

아울러 정치적으로는 실로 30여년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시대의 개막으로
지방화, 분권화라는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과거 청산정국등
개혁의 노력이 계속 이어졌다.

사회적으로는 어처구니없는 대형 사고들이 일어나, 무사안일주의와
적당주의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야기시키는가를 깨닫게 하였다.

이제 우리는 숨가쁘게 뛰어온 격동의 한해를 차분히 마감하면서, 올 한해
동안 있었던 여러사건들과 변화들을 분석하고, 그속에서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병자년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거창하게 미래에 대한 부품 희망과 장미빛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사회가 내면적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것이다.

우리사회에 그동안 미움과 질시, 비난이 있었다면 이를 사랑으로, 반목과
대결이 있었다면 용서와 화해로 승화시켜 분열을 통합으로 만들어 나가길
희망한다.

서로가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기 전에 어차피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호"
라는 하나의 배를 같이 타고 경제적인 풍요와 국민화합을 통해 통일 선진
국가 실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들 각자가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송구영신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만
새해 원일부터는 정말이지 심기일전하여, 서로가 하나되는 밝은 사회를
가꾸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