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시론] 은행 주식투자의 허실 .. 박상용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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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은행이 카지노장으로 변하고 있다.
막대한 부실채권에 시달리고 있으면서 무모할 정도의 주식투자까지 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주식투자 규모는 자기자본의 약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작년부터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은행의 주식투자 문제를 시한폭탄에
비유해 왔다.
그러다 급기야 금년도에는 주식투자손이 2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러자 한편으로는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주식
평가손 충당금을 규정상의 100% 대신에 50% 또는 그 이하 수준에서 적립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가히 희화적모습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다.
문제의 핵심은 우선 현재 은행의 주식투자 규모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시킬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은행들은 주식투자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수
있는 능력도 부족하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주가지수선물과 같이 투자위험
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수단도 없다.
우리나라보다 주가의 등락기복이 작기 때문에 투자위험이 비교적 낮고
위험관리의 능력과 수단이 잘 발달된 나라에서조차 은행이 이렇게 아찔할
정도의 대규모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는 없다.
지금 은행은 주식시장의 덫에 걸려 있다.
워낙 주식투자 규모가 크기때문에 주식을 쉽게 처분할 수도 없다.
주식투자손실로 인해 자기자본이 감소하기 때문에 최소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은행의 예대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증자가 불가피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식시장 규모에 비해서는 은행의 자본금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주식의 공급초과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년과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증자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이 본업인 신용여신을 취급할 능력이 부족하여 수많은 중소기업이
흑자도산하고 있는 마당에 은행이 주식투자의 덫에 걸려 있다니 실로
한심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여러 종류의 기관투자가가 주식투자 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에 왜
은행의 주식투자만을 각별히 더 우려하는가.
은행은 특별한 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원래 금융기관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근본적으로 위험을 취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하는 조직이다.
이점에서는 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은행은 지불결제기능과 저축기능을 같이 수행하는 유일한 금융기관
이기 때문에 은행이 무모하게 위험부담을 많이 하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은행은 여타의 금융기관보다 높은 공공성이 요구되며, 취할
위험과 피할 위험을 보다 엄격하게 구분하여야 한다.
은행은 본래 특별한 금융기관이기도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보증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위험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
은행의 적자가 불어나서 지불결제시스템에 구멍이 생기거나 예금의 지불
불능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여 지급지원을
하거나 정부가 세금을 감면해줌으로써 은행을 살릴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무모한 위험부담으로 나타날수 있는 은행의 막대한 손실은 주주들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같이 부담할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나 은행이 주식투자에서와 같이 막대한 위험부담을 해서 운좋게 이익을
많이 낸다면 그 이익은 어디까지나 은행주주들의 몫이지 국민에게 배분
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은행의 이윤은 사유화되지만 은행의 위험과 손실은 사회화될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은행의 도박성
주식투자를 문제삼는 것이다.
"사적 이윤-사회적 손실"의 구조는 형평에도 물론 어긋나는 것이지만
기업의 무모하고 방만한 경영을 유발하여 경제의 효율을 저해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이제 은행에까지 파급될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쳐버릴수 없다.
미국에서 1980년대에 다수의 저축대부조합(S&L)이라는 은행들이 무모하게
고위험 자산을 운용하다 실패하자 약3,00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미국
국민들이 세금으로 부담한 경험을 우리는 귀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 은행들은 국민경제는 물론 자신들을 위해서도 은행 본래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어렵지만 예대영업에 충실하고, 필요하다면 인수합병을 통해서라도 과다한
인원및 점포를 감축하고 하부구조를 구축하는데 소요되는 자본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당국은 은행의 기업성과 공공성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선진의 규제기술을 개발하고 내부적인 은행경영구조의 개선을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
막대한 부실채권에 시달리고 있으면서 무모할 정도의 주식투자까지 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주식투자 규모는 자기자본의 약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작년부터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은행의 주식투자 문제를 시한폭탄에
비유해 왔다.
그러다 급기야 금년도에는 주식투자손이 2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러자 한편으로는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주식
평가손 충당금을 규정상의 100% 대신에 50% 또는 그 이하 수준에서 적립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가히 희화적모습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다.
문제의 핵심은 우선 현재 은행의 주식투자 규모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시킬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은행들은 주식투자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수
있는 능력도 부족하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주가지수선물과 같이 투자위험
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수단도 없다.
우리나라보다 주가의 등락기복이 작기 때문에 투자위험이 비교적 낮고
위험관리의 능력과 수단이 잘 발달된 나라에서조차 은행이 이렇게 아찔할
정도의 대규모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는 없다.
지금 은행은 주식시장의 덫에 걸려 있다.
워낙 주식투자 규모가 크기때문에 주식을 쉽게 처분할 수도 없다.
주식투자손실로 인해 자기자본이 감소하기 때문에 최소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은행의 예대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증자가 불가피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식시장 규모에 비해서는 은행의 자본금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주식의 공급초과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년과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증자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이 본업인 신용여신을 취급할 능력이 부족하여 수많은 중소기업이
흑자도산하고 있는 마당에 은행이 주식투자의 덫에 걸려 있다니 실로
한심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여러 종류의 기관투자가가 주식투자 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에 왜
은행의 주식투자만을 각별히 더 우려하는가.
은행은 특별한 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원래 금융기관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근본적으로 위험을 취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하는 조직이다.
이점에서는 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은행은 지불결제기능과 저축기능을 같이 수행하는 유일한 금융기관
이기 때문에 은행이 무모하게 위험부담을 많이 하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은행은 여타의 금융기관보다 높은 공공성이 요구되며, 취할
위험과 피할 위험을 보다 엄격하게 구분하여야 한다.
은행은 본래 특별한 금융기관이기도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보증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위험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
은행의 적자가 불어나서 지불결제시스템에 구멍이 생기거나 예금의 지불
불능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여 지급지원을
하거나 정부가 세금을 감면해줌으로써 은행을 살릴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무모한 위험부담으로 나타날수 있는 은행의 막대한 손실은 주주들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같이 부담할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나 은행이 주식투자에서와 같이 막대한 위험부담을 해서 운좋게 이익을
많이 낸다면 그 이익은 어디까지나 은행주주들의 몫이지 국민에게 배분
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은행의 이윤은 사유화되지만 은행의 위험과 손실은 사회화될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은행의 도박성
주식투자를 문제삼는 것이다.
"사적 이윤-사회적 손실"의 구조는 형평에도 물론 어긋나는 것이지만
기업의 무모하고 방만한 경영을 유발하여 경제의 효율을 저해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이제 은행에까지 파급될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쳐버릴수 없다.
미국에서 1980년대에 다수의 저축대부조합(S&L)이라는 은행들이 무모하게
고위험 자산을 운용하다 실패하자 약3,00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미국
국민들이 세금으로 부담한 경험을 우리는 귀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 은행들은 국민경제는 물론 자신들을 위해서도 은행 본래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어렵지만 예대영업에 충실하고, 필요하다면 인수합병을 통해서라도 과다한
인원및 점포를 감축하고 하부구조를 구축하는데 소요되는 자본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당국은 은행의 기업성과 공공성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선진의 규제기술을 개발하고 내부적인 은행경영구조의 개선을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