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협력업체가 삼성과 대우에, 삼성의 협력업체는 대우와 LG에도 부품을
현지 공급한다"

한국 가전3사가 컬러TV등 주요 가전제품의 북미 현지생산체제를 굳히는
가운데 동반 진출한 각사의 부품협력 업체를 공동 활용하는 협력시스템을
모색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세계 최대시장인 북미지역을 놓고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
3사가 "경쟁속의 협력, 협력속의 경쟁"을 다짐하고 있는 셈이다.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무대는 3사의 북미지역 주생산거점인 멕시코.

서북부의 미국경도시인 멕시칼리(LG) 티후아나(삼성) 산 루이스(대우)에
나란히 공단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 3사를 따라서 입주한 협력업체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주 종합준공식을 가진 LG전자의 협력업체들은 모기업인 LG 이외에도
삼성 대우에 자사부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제이콕스사는 포장재, 금성플라스틱은 TV캐비넷을 각각 대우전자에
내주고 있다.

튜너를 만드는 LG전자부품은 삼성과 대우에 모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샤인전자는 인쇄회로기판(PCB)을 아직은 모기업인 LG에만 공급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다른 가전업체들에도 납품할 계획이다.

이런 부품업체의 "크로스 트레이드(교환 공급)"가 LG계열의
부품업체들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니다.

티후아나에 있는 삼성전자 계열의 성문전자는 코일류를, 삼성전기는
튜너를 대우전자에 각각 공급하고 있다.

산 루이스의 대우전자는 아직 협력업체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어
LG와 삼성계열의 부품업체로부터 "받기만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지금의 "빚"을 갚을 수 있게 된다.

내년초 가동에 들어갈 협력업체들에 LG와 삼성에도 부품을 공급토록
한다는 계획아래 이들 업체의 의사를 타진한 결과 긍정적인 대답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전3사가 협력업체를 공동 활용하고 있는 데는 피차 자사의
협력업체만으론 필요로 하는 부품을 적기에 공급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은 코일 튜너 등은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로부터 조달할
수 있지만 PCB는 현지 조달이 원활하지 않다.

모자라는 물량을 일부나마 LG 협력업체의 물량으로 메우고 있다.

반면 LG는 프레스 커넥터 소형사출 등에 대한 현지 조달이 순조롭지
않다.

이 물량을 내년부터 가동될 대우의 협력업체에서 조달하게 될 경우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이처럼 국내 가전3사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공조체제를 갖추게
된 데는 멕시코 현지부품 업체들이 필요한 물량을 제때 대주지 않고 품질도
떨어지는 등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우전자의 김병수법인장(이사)은 "그동안 포장재를 현지 로컬업체인
파노사로부터 납품받았으나 납기를 지키지 않는데다가 품질도 크게
떨어졌다"며 "그러나 LG협력업체로 일부 거래선을 돌리면서 이런 문제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LG전자 임길포법인장도 맞장구를 친다.

"국내 업체간 부품 공조시스템을 갖추면서부터 현지 로컬업체의 가격 및
수량 횡포를 막을 수 있게 되고 생산비가 절감됐다.

또 물류비용을 아끼고 업체간 정보를 공유하는 등 부수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현지 공장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기업들도 일본의 가전업체들처럼
상부상조하는 분위기가 싹트고 있다"며 "이는 결국 모기업과 부품업체가
외국에서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샌디에이고=박영배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