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업인 소환조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재계는 그동안의
조사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광범위하고 일반적"이었다는데 안도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특히 11일 소환대상엔 노태우전대통령과 사돈기업인 선경그룹의 최종현
회장이 포함돼 있고 건설회사로 삼부토건의 조남욱회장이 들어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이번주말로 30대그룹 총수들의 소환조사가 대충 마무리 될것으로 보고
다음주초부터 그 이하에서 어떤 기업들이 검찰조사의 "도마 위"에 올를까를
점치는등 주요 그룹들은 각종 정보수집을 위해 "안테나"를 내리지 않고 있는
상태.

<>.11일 검찰소환 일정이 잡힌 선경그룹은 예상보다 늦게 불려간다는 점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꺼릴낄게 없다"는 분위기.

선경은 "최회장이 노태우전대통령과 사돈간이라는 점때문에 그동안 오히려
조신했었다"고 말하고 "그동안의 온갖 루머와 구설수도 검찰조사가 끝나면
자연스레 해명이 될 것"이라며 차라리 후련하다는 반응.

<>.박성용금호그룹 회장은 아시아나 항공의 비엔나 브뤼쉘 취항기념식에
참석차 1일 출국해 유럽에 머물렀었으나 당초 예정대로 9일 오후 귀국해
11일 검찰출두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

금호그룹측은 "6공시절 특별한 이권사업을 따낸 것이 없어 털어도 먼지가
안날 것"이라며 표면적으론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이나 "혹시 학자풍의
박회장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

<>.당초 10일 소환통보를 받았다가 미국에 출장중이란 이유로 11일
출두키로한 박용학대농그룹명예회장은 이날 오후 5시께 귀국.

박명예회장은 12~20일 방일수출촉진단장으로 일본 방문일정이 잡혀 있어
검찰조사후 또 출국해야 하는 상황.

대농그룹 관계자는 "의례적인 조사일 것"이라면 별로 특별한 관심이 없다는
반응.

기아그룹의 경우도 "김선홍회장이 다른 총수들과 달리 오너도 아닌데다
6공시절 구린데도 없었다"며 "우리라고 예외가 아니지 않는냐"고 말하는등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한 표정.

<>.30대그룹이 아니면서 이례적으로 검찰소환대상에 오른 삼부토건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노전대통령 비자금 연루설에 휘말리지
않았었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는 분위기.

삼부토건 관계자는 또 "6공시절인 지난 90년6월 골프장 사업에 진출
했었으나 인가를 받지 못해 사업추진이 무산됐었다"며 "우리는 6공 특혜와도
무관하다"고 설명.

<>.10일 소환된 조중훈한진그룹회장은 서울 신촌 연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이날 아침 주치의와 함께 병원에서 곧바로 검찰에 출두.

올해 75세인 조회장은 지난 1일 창립 50주년 행사때 과로를 해 검찰출두
통보를 받기 이틀전인 8일부터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이 때문에 그룹 비서실측은 정착 검찰조사 내용보다는 조회장의 건강상태에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

<>.지난 이틀간 행방이 묘연했던 김준기회장이 10일 검찰에 출두한후
동부그룹은 조사결과를 놓고 크게 불안해 하는 모습.

비서실측은 이날 소환시간이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로 바뀌자 이에
대해서도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으나 검찰로부터 "오전 조사자가 많아 연기한
것일뿐"이란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안도.

특히 일부 그룹 총수들이 소환시간에 지각했다는 이유로 "괘씸죄" 성격의
곤욕을 치렀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그룹측은 김회장이 크게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

한편 김회장은 이날 오전까지도 한남동 자택은 물론 충무로 그룹 본사에도
나타나지 않은채 서울시내 모처에서 그룹의 일부 핵심간부들과 대책을 논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후 검찰에 출두한 김승연한화그룹 회장은 오전 9시 정각에 회사
에 나왔으나 집무실에서 검찰 출두직전까지 휴식.

그룹관계자는 "이미 외화반출사건등으로 문민정부 초기에 김회장에 대한
검증이 끝난게 아니냐"며 "이번엔 별탈이 없을 것으로 보고 특별한 대책같은
것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설명.

<>.삼양그룹은 김상하회장의 검찰소환을 "통과의례"로 해석해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온한 분위기.

김회장은 이날 오전 7시 50분께 종로5가 그룹 본사로 출근해 정례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는등 정상업무를 본뒤 검은색 뉴그랜저 승용차로 오전
9시50분께 서초동 대검청사로 출발.

그룹관계자는 "삼양은 6공때 자본금 5억원 규모의 삼양메디케어라는
계열사 1개를 늘렸을 뿐"이라며 "특혜랄것도 없었던 만큼 김회장이 있는
그대로 진술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

<>.극동그룹은 김용산회장의 검찰출두에 당황해 하면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담담해 하는 분위기.

그룹관계자는 "6공시절 특혜는 커녕 오히려 사세가 축소될 정도록 정권과의
유착은 없었다"며 "소환이유에 대해선 김회장이나 임원들 모두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라고 전언.

김회장은 이날 평상시와 다름없이 오전 9시께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20분후
에 이명현총무담당 전무와 수행비서 1명만을 대동하고 검찰청으로 출발.

<>.10일 대검청사 현관에 검찰의 소환대상 기업으로 꼽히지 않았던
(주)동원 이연 회장이 회사 관계자 2명과 함께 출두해 눈길.

팔순의 고령인 이회장은 회사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 "천성관 검사가 갑자기 오늘 전화로 잠시 출두해 달라고 요청해
오게 됐다"며 "도애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면서 11층 조사실로 올라
가기도.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