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그룹과 동방유량은 과연 노태우씨 비자금과 연관이 있나.

아니면 사돈기업이라는 "원죄"때문에 루머가 루머를 낳고 있는 건가.

선경과 동방유량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면서 재계 일각에선 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들 기업이 노씨 비자금의 은닉처 역할을 했는지는
검찰수사결과 밝혀지겠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여론재판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기업에 대한 유무형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줄 수 있느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선경그룹에 쏠린 의혹의 발단은 지난 국정감사에서의 김원길(국민회의)의원
의 주장.

김의원은 "지난 91년 선경이 인수한 태평양증권의 인수자금에는 제3자의
정치자금이 섞여 있다"고 주장했다.

최종현 회장은 당시 "개인돈 5백71억원"을 태평양증권 인수자금으로 사용
했다고 밝혔으나 최회장의 신고소득에 비해 과도한 "개인돈"의 출처를 놓고
구설에 시달렸다.

선경그룹은 이에 대해 "당시 그룹은 업종전문화정책으로 신규사업 진출이
제한돼 불가피하게 최회장 개인이 인수하는 형식을 빌었던 것"이라며
"30여년간 기업을 한 회장이 5백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최회장은 당시 주식 채권 CD등을 팔아 인수자금으로 사용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동방유량 역시 노씨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과 시청앞 서울센터
빌딩을 비자금으로 매입해 관리하고 있다는 설에 시달리고 있다.

박광태(국민회의)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수십개로 분산돼 있던 6백억원
대의 채권이 지난 91년 92년 동방유량 신명수회장 명의로 합쳐졌다며 이
채권매입자금이 노태우씨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시가 2백억원 상당의 시청앞 서울센터 빌딩도 은닉 비자금으로 구입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동방유량은 이에대해 "서울센터 빌딩의 매입추진은 노씨와 사돈
관계를 맺기 이전부터 추진돼 왔다"고 밝히고 "매입자금 87억원은 신회장
개인재산이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2차 구입자금 78억원은 빌딩사무실의 월세 임대료를 전세보증금으로
전환해 충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검찰수사결과가 밝혀지기도 전에 루머로 여론재판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기업에 대한
유무형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줄 수 있느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