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노태우 전대통령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이날도 그룹인사나
투자활동등을 뒤로 미룬 채 향후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노씨의 사과가 검찰의 수사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아직 일손을 다잡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

삼성그룹은 당초 이번주로 예정된 그룹인사를 이번 사태가 진정될때까지
늦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도 빠르면 내달초에 실시하려던 그룹인사 시기를 다시 검토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성금을 받았다고 한이상 어떤 형태로든
관련 기업인사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게 분명하고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각 그룹들이 계획하고 있던 투자업무도 일단 중지된 상태다.

삼성그룹이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사업계획서 제출을 미루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삼성그룹 관계쟈는 "현재 분위기가 신청서를 낼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작업이나 SOC사업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그동안의
적극적인 자세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국책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것이 마치 무슨 뒷거래가
있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어 대부분 기업들이 당분간 적극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보그룹이 우성타이어 인수를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한보그룹은 당초 우성타이어를 인수키로 했으나 계약직전에 이를
포기했다.

한보측은 "아산만 철강단지 투자계획에 집중하기 위해 우성타이어
인수계획을 없었던 일로 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재계는 "비자금 파문과
관련해 시선을 모으고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기업을 인수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증폭시킬 것이란 점 때문에 인수자체를 포기한 것
아니겠느냐"(H그룹 L이사)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년같으면 이맘때 한창 진행중일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도 ''답보''상태에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금융권이 경색될대로 경색된 상황이어서 내년도
투자계획을 지금 확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예측불가능의 상황"이라며 "정치적인 큰 사건이
있을때 국내 경제는 항상 위축돼 왔다"고 말했다.

<조주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